장석남(1965~ )
말린 고사리 한 뭉치
무게를 누군가 묻는다면
하여튼 묻는다면
내 봄날을 살아낸 보람 정도라
답으로 준비한다
곰곰이 생각하여도
그러하였으니까
말린 고사리 두어 뭉치 더 담아서
이름난 백화점 봉지에 넣어서
사랑스런 분에게 주었다 치자
또 받았다 치자
잘 받아서 집으로 돌아가며 그 무게가 궁금은 하겠지만
우리들이 한 해 살아온 보람 정도라고는 생각지 못할 거야
그렇구 말구
말린 고사리
고사리는 좋은 흙에서 좋은 햇빛과 물을 먹고 자란다. 또 채취해서 바로 삶아 햇볕에서 말려야지, 하루라도 넘기면 딱딱하게 굳어져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정작 손이 많이 간 ‘말린 고사리’를 사와도 금방 먹을 수는 없다. 물에 불렸다가 다시 삶아서 무치거나 볶아야 먹을 수 있다. 서구식 입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는 무척 불편한 음식이다. 만약 ‘이름난 백화점 봉지에’ ‘두어 뭉치 더 담’긴 ‘말린 고사리’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시인의 말대로 ‘그 무게가 궁금은 하겠지만’ 주는 사람의 ‘한 해 살아온 보람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 같다. 시인은 고사리의 무게를 ‘내 봄날을 살아낸 보람 정도’라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안팎이 뒤숭숭한 때 ‘말린 고사리’ 속에 담겨 있는 봄날의 이야기가 더욱 값지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