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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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1968~ )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한밤중 어디선가 소음이 들릴 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더욱이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진다면 당장 민원을 넣을 것이다. 누군가의 무례한 행동을 봐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나 불편한가. 시인은 이 부분에서 낙관적이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고 한다. '건물'도 제 자리를 내주는 아량을 베푼다. 이모저모 팍팍한 연말연시라서인지 시인의 부드러운 마음이 돋보이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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