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방송을 ‘박차고’ 나온 개그맨들](https://img.khan.co.kr/newsmaker/1193/20160913_76.jpg)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에 올해도 다녀왔습니다. 코미디에 애착을 갖고 오랜시간을 들여 취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코미디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눈썰미를 갖게 됩니다. 올해도 11개국의 30여개 팀이 참여해 페스티벌을 빛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송에서 주로 활동하던 코미디언들의 공연 진출입니다. 그동안 방송을 하던 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이 공연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경향이 훨씬 체계적이면서도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처음 참여한 팀들의 면면이 그러합니다. 올해 초 미국 5개 도시 투어를 돌고 돌아와 화제가 된 ‘쑈그맨’팀은 박성호, 김원효, 김재욱, 이종훈, 정범균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코미디 몬스터즈’팀은 이동윤, 임우일, 송준근, 그리고 쌍둥이 개그맨으로 유명한 이상호와 이상민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중견 개그우먼 이성미·김효진·김지선으로 구성된 ‘사이다 토크쇼’팀과 정경미·김경아·조승희로 구성된 ‘투맘쇼’팀도 있습니다. 이미 부코페 무대를 한 번 밟기는 했지만 ‘이리오쑈’팀은 류근지, 서태훈, 김기리, 김성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의 면모는 코미디를 잘 모르시는 분이라도 누군지 얼굴 정도는 떠올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각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다시 말하면 방송 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활동을 해오던 코미디언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지상파 3사 중 가장 오랜 역사와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KBS2 <개그콘서트>에서 대거 활약했습니다. 박성호는 활동 연차만 15년이 넘던 베테랑이었고, 나머지 개그맨들 역시 각자 <개그콘서트>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비를 모아 해외 투어를 시작하고, ‘코미디 몬스터즈’의 경우에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고 팀원들만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로 향했습니다. 심지어 ‘이리오쑈’의 경우에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고 있는 팀이지만 주말이든 주중이든 시간을 내 꾸준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제가 언젠가 이 지면을 빌려 <옹알스>라는 무언극(넌버벌) 개그를 하는 공연팀이 방송에서 받아주지 않아 공연 무대에 오른 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과정을 설명해 드린 일이 있습니다. 이제는 방송에 올리지 못해 공연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방송 무대를 자발적으로 떠나 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방송에서 가치를 더 증명할 수 있는 인물들이 무대에 오를 채비를 하는 것을 보면 기자의 입장에서도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은 이미 대세가 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상파나 케이블 등 공연의 형태로 개그를 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개그콘서트>는 이미 전성기의 반 정도밖에 수치가 나오지 않고, SBS <웃찾사>는 유력 프로그램들에 밀려 하루가 멀다 하고 편성시간이 바뀝니다. MBC는 현재 순수 코미디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옹알스>의 선전은 코미디언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우리도 세계에 이름을 떨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과 희극인으로서 방송 코미디 무대를 떠난 후 예능 프로그램 아니면 사업 등으로 정해진 진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이제 코미디의 흐름은 방송에서 공연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이번 부코페는 그 증거였습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