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박차고’ 나온 개그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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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TV]방송을 ‘박차고’ 나온 개그맨들

제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에 올해도 다녀왔습니다. 코미디에 애착을 갖고 오랜시간을 들여 취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코미디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눈썰미를 갖게 됩니다. 올해도 11개국의 30여개 팀이 참여해 페스티벌을 빛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송에서 주로 활동하던 코미디언들의 공연 진출입니다. 그동안 방송을 하던 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이 공연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경향이 훨씬 체계적이면서도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처음 참여한 팀들의 면면이 그러합니다. 올해 초 미국 5개 도시 투어를 돌고 돌아와 화제가 된 ‘쑈그맨’팀은 박성호, 김원효, 김재욱, 이종훈, 정범균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코미디 몬스터즈’팀은 이동윤, 임우일, 송준근, 그리고 쌍둥이 개그맨으로 유명한 이상호와 이상민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중견 개그우먼 이성미·김효진·김지선으로 구성된 ‘사이다 토크쇼’팀과 정경미·김경아·조승희로 구성된 ‘투맘쇼’팀도 있습니다. 이미 부코페 무대를 한 번 밟기는 했지만 ‘이리오쑈’팀은 류근지, 서태훈, 김기리, 김성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의 면모는 코미디를 잘 모르시는 분이라도 누군지 얼굴 정도는 떠올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각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다시 말하면 방송 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활동을 해오던 코미디언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지상파 3사 중 가장 오랜 역사와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KBS2 <개그콘서트>에서 대거 활약했습니다. 박성호는 활동 연차만 15년이 넘던 베테랑이었고, 나머지 개그맨들 역시 각자 <개그콘서트>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비를 모아 해외 투어를 시작하고, ‘코미디 몬스터즈’의 경우에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고 팀원들만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로 향했습니다. 심지어 ‘이리오쑈’의 경우에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고 있는 팀이지만 주말이든 주중이든 시간을 내 꾸준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제가 언젠가 이 지면을 빌려 <옹알스>라는 무언극(넌버벌) 개그를 하는 공연팀이 방송에서 받아주지 않아 공연 무대에 오른 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과정을 설명해 드린 일이 있습니다. 이제는 방송에 올리지 못해 공연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방송 무대를 자발적으로 떠나 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방송에서 가치를 더 증명할 수 있는 인물들이 무대에 오를 채비를 하는 것을 보면 기자의 입장에서도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은 이미 대세가 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상파나 케이블 등 공연의 형태로 개그를 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개그콘서트>는 이미 전성기의 반 정도밖에 수치가 나오지 않고, SBS <웃찾사>는 유력 프로그램들에 밀려 하루가 멀다 하고 편성시간이 바뀝니다. MBC는 현재 순수 코미디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옹알스>의 선전은 코미디언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우리도 세계에 이름을 떨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과 희극인으로서 방송 코미디 무대를 떠난 후 예능 프로그램 아니면 사업 등으로 정해진 진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이제 코미디의 흐름은 방송에서 공연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이번 부코페는 그 증거였습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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