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헌(1952~ )
[…]
누구 보고 있나요.
사슴도 숨어 산다는 녹은리 청정한 숲
주검을 뒤집어쓰고 총알을 피하며
흘러드는 핏물 마시며 나흘을 버텼다는 아수라장을,
그 누가 보고 있나요.
[…]
누가 말하고 있나요.
아버지 등에 업혀 피란하던 아들이 쓰러지고
시어머니 등에 업혀 칭얼대던 어린 딸이 쓰러지고
아들을 품에 안고 총알받이 하던 어머니가 쓰러지고
포탄이 날아와 할머니 시신조차 날아가고
눈앞에서 오누이가 즉사하는 무서운 역사를,
누구에게 전하고 있나요.
[…]
영문 모르고 시름하시는 300여 영혼들이시여
새파랗게 맺힌 한 푸시옵소서.
망초꽃 꽃상여 삼아
쌍무지개 굴다리 너머로 보내드리오니
칠월 때마다 강림하시어 흠향하시옵고
이 땅의 사랑과 평화 지켜주소서.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