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
류은숙 외 지음·코난북스·1만5000원
갑질, 실적 강요, 꺾기, 저성과자 해고, 열정페이, 감정노동. ‘일터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그 양상을 달리하며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공익인권변호사단체 희망을만드는법에 따르면 이런 ‘괴롭힘’을 호소하는 사례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인권단체들도 비슷한 고민이 늘었다. 일터에서 노조 파괴나 탄압 등과는 또 다른 “전통적인 노동 용어로는 잡히지 않는” 미묘한 괴롭힘 문제가 점점 심해졌다. ‘괴롭힘’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책은 ‘일터괴롭힘’을 심리적인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을 경계한다. “사회문제를 심리문제로 접근해 치료하기, 개별 노동자의 정신적 문제를 과장하는 경향을 우려했다.”
책의 지은이들은 개인적 치료를 넘어 사회적 해법과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관련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이 책은 지난 2년 동안 인권활동가, 변호사, 노무사 등이 ‘일터괴롭힘’의 문제를 연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국제기구의 관련 문서와 해외의 입법 사례 출간물 등을 연구했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면담했다. ‘일터괴롭힘’을 ‘정신적 괴롭힘’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프랑스에서는 ‘정신적 괴롭힘’을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컸다. 프랑스 로렌에 위치한 대우 공장에서 출산휴가나 병가를 사용한 노동자를 종일 독실에 가두거나, 이들에게 마땅하 일을 주지 않거나, 담배꽁초를 줍게 하는 등의 굴욕적인 일을 시켰다. 이 문제로 노동쟁의가 발생했고, 프랑스 공산당은 괴롭힘 관련 법안을 제출했으며 이것이 통과됐다.
사실 프랑스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저성과자 해고 움직임과 맞물려 이런 일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일부 노동자를 화장실 앞에 책상을 두고 앉게 하거나 일을 주지 않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를 규제할 법규가 없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노동보호의 한계를 제시하면서도 일터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해 실용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