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시장, 누가 차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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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에코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가상·증강현실’ 단말기 시장이 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나온 BI 인텔리전스에서는 하드웨어만으로 2020년 28억 달러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이 시장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가상현실 시장 분석 전문업체인 트랙티카는 2017년까지는 가상현실 시장에서 콘텐츠 시장이 차지할 비중이 3분의 1 정도이지만 2020년에는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육, 게임, 정보검색, 스포츠, 공연, 관광, 부동산, 의료 등 우리가 시각적으로 정보를 취득하거나 인지적 방식으로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인간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응용 영역을 찾을 수 있다.

초기 시장은 주로 게임과 영화, 그리고 성인용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될 것이다. 잘 제작된 전문 콘텐츠가 초기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지만,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역시 인터넷과 연결된 상황에서는 소비자 제작형 콘텐츠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다. 온라인 비디오의 경우 고급 비디오 이상으로 UGC라는 개인 제작 비디오가 본격적인 시장을 이끌어낸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존트의 콘텐츠 라이브러리

존트의 콘텐츠 라이브러리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기가 보급되면, 많은 사람의 경험과 기억이 디지털 정보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이를 통해 경험이 공유되거나 판매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누군가가 여행하는 모든 과정을 360도 영상으로 제작하거나, 모험을 즐기는 모습, 공연에 참석해 느끼는 모습, 친구들과 즐기는 모습을 넘어 애인과 섹스하는 장면과 느낌까지 사물인터넷 기기나 센서의 데이터를 포함해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할 수 있다.

문자와 사진은 우리가 3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인지하게 만들지만, 가상현실 기기는 우리를 관찰자로 만들 수 있으며, 이는 교육의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구글은 ‘탐험’이라는 가상 필드 트립 플랫폼을 제시했다. 전문적인 영상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른 학생들이 제작한 자기 지역이나 명소를 제작해 서로의 시각과 경험을 공유해 나간다면 이는 거리를 초월하는 또 다른 경험을 공유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360도 영상뿐만 아니라 적절한 사운드, 그리고 다양한 센서 데이터가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는 긍정적인 시장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반사회적이거나 사회 윤리에 벗어나는 내용을 공유하는 암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폭력, 섹스, 전쟁, 살인 등의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내용을 담아 공유하고자 하는 시장이 생긴다면 이를 규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엑시스텐즈> 같은 영화에서 이런 내용을 사람들이 즐기는 새로운 마약 같은 기술의 모습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미 오큘러스는 이런 콘텐츠 거래를 생각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고, 디즈니가 투자한 존트(Jaunt) 역시 자사의 카메라로 촬영한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360도 비디오와 가상·증강현실용 콘텐츠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는 바로 차세대 유튜브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다. 유튜브 역시 이 영역을 놓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360도 비디오를 적극 업로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친구 간의 공유가 중심이기 때문에 360도 비디오를 이용한 경험이 친구 사이의 공유 방식으로 확산될 수 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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