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TV는 ‘3無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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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 마지막 주입니다. ‘청양의 해’라고 하면서 새해가 밝는 광경에 들떴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클릭 TV’는 방송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하는 코너이니 올해 상반기 결산이 당연히 있어야겠죠. 그렇다고 올해 상반기는 ‘이런 프로그램이 유행했고’ ‘저런 스타들이 부각됐다’고 쓰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2015년 상반기 방송가를 정리할 수 있는 하나의 직관적인 단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제 의견으로는 2015년 방송가를 정리하는 단어는 ‘없다’이고, 한자로는 ‘無’를 쓰고 싶습니다. 이를 좀 더 멋있게 풀면 상반기 방송가는 ‘3무(3無)’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인기’가 없었고, ‘스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극’이 없었죠.

상반기는 지난해처럼 드라마, 예능 중에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히트작이 없었습니다. 지난해는 드라마 하면 김수현과 전지현이 나왔던 SBS <별에서 온 그대> 아니면 직장생활의 준엄함을 보였던 tvN <미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육아 예능의 대권을 이어받은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있었죠.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각 분야의 판도를 바꾸는 인기작품이 없었습니다. 드라마는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합쳐 평균 15%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주말극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주말극에 대해서는 중년 시청자들을 필두로 해 충성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나마 10% 정도를 넘긴 것이 KBS2<착하지 않은 여자들> <프로듀사>, MBC <킬미힐미>, SBS <펀치> <풍문으로 들었소> 정도입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예능의 경우에도 SBS가 간판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MBC 역시 <일밤>의 전반적인 침체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KBS2도 장수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의 지지부진한 시청률로 속을 끓였죠. TV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인기 하락은 스타들의 활약이 미미한 데서 비롯되기도 했습니다. SBS 드라마 <지킬 하이드, 나>는 현빈을 내세우고도 흥행에 참패했고, 구혜선을 내세운 KBS2 <블러드> 역시 부침을 겪었습니다. SBS 주말극 <내 마음 반짝반짝>은 절반도 안 되는 회차에서 조기종방을 선언하는 비극을 맞았죠.

예능 역시 10주년을 맞은 MBC <무한도전>의 유재석 정도를 제외하고는 예능 3강으로 불리는 강호동, 신동엽의 활약이 미미했습니다. 차라리 이 자리는 예능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이들로 채워졌습니다. 최현석, 레이먼 킴, 샘 킴, 강레오 등 셰프들과 백종원, 차승원 등 요리를 업으로 하지 않는 요리전문가들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인기와 스타가 사라진 안방극장은 그래도 ‘저자극’에 탁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치유’를 주제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막장 드라마로 악명을 얻었던 임성한 작가는 <압구정 백야>를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고, SBS <펀치>는 권력 심층부의 욕망을 가감없이 다뤄 호평을 받았습니다. tvN <호구의 사랑> <식샤를 합시다2>, SBS <풍문으로 들었소> 등도 적절한 풍자와 인간성 회복을 선언하는 주제의식을 보여줬습니다. 예능에서는 요리 예능의 득세로 자극적인 설정이 없이 요리 장면만으로도 시청자의 눈을 잡아끄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경향의 정점은 tvN <삼시세끼>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는데요. 나영석PD는 차승원, 이서진, 유해진, 옥택연 등의 예능 초보들을 데리고도 요리와 자연이라는 소재로 성찬을 만들어냈습니다.

‘3無 시대’였던 2015년 상반기 TV, 하반기에는 어떤 유행들이 우리를 웃고 울릴까요. 다시 한 번 리모컨을 잡아봅니다.

<하경헌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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