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개와 140만개. 2015년 5월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용 앱과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앱의 개수이다. 아마존도 36만개, 윈도폰도 34만개로 수백만개의 모바일 앱이 경쟁 중이다. 새로운 개발자들이 이런 플랫폼에서 새로운 주목을 받거나 혁신을 일으키기는 너무 어려운 시장이 되었다.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플랫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페이스북 앱이나 페이스북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웹사이트를 포함하면 700만개가 넘는다. 트위터도 앱 생태계를 만들었으나 많은 주요 기능은 자체적으로 제공하며, 페이스북 역시 주요 기능을 하나 하나의 새로운 자체 앱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제공하지만 이를 활용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카카오톡이나 위챗, 라인 같은 메시징 앱도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하나, 가장 사용자가 많은 왓츠앱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는 아직 명확한 앱 생태계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없다. 더군다나 앱을 지원하는 메시징 플랫폼도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이미 경쟁이 너무 치열한 상황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향후 주목할 새로운 플랫폼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도전적이고 멋진 일이지만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루지 못한 목표이다. 그만큼 플랫폼을 장악한다는 것은 아직 국내 기업으로서는 매우 정복하기 어려운 프런티어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공할 플랫폼은 무엇일까? 국내 스타트업들에 제시하고 싶은 미래 플랫폼은 세 가지다. 구글 네스트나 스마트씽즈, 애플 와치와 같은 사물인터넷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같은 홀로그래픽 플랫폼, 그리고 IBM의 왓슨으로 대표되는 인지 컴퓨팅 플랫폼이다.
구글의 네스트는 하나의 기기에서 이제 스마트홈 플랫폼을 구축하고, 같이 연동하는 하드웨어들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수십개의 다양한 가정용 기기들이 네스트와 연동하고 있으며, 개발자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이미 50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1억 달러를 투자해 자사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개발자들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 와치가 새로운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미 국내에서도 참여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빌드 2015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관심이 매우 급증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향후 새로운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이 홀로렌즈를 사용하는 윈도 홀로그래픽 플랫폼이다. 특히 게임에 대한 경험이 많은 국내 개발자들에게는 유니티 게임 엔진이나 비주얼 스튜디오 연동, 또는 활용하는 개발환경은 매우 익숙한 것이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놓칠 수 없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알케미API를 인수한 IBM의 인지 컴퓨팅 플랫폼 왓슨 역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이다. 이미 2014년에 1억 달러의 벤처 펀드를 구성해 왓슨 플랫폼을 활용하는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번 5월에는 뉴욕에서 ‘월드 오브 왓슨’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었다.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왓슨 대학 프로그램’도 실행하고 있다. 매년 수백개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글로벌 K-스타트업(최근 K-글로벌 스타트업으로 명칭을 바꿨지만) 프로그램의 심사와 멘토를 담당하는 나로서는 이제 우리 스타트업이 이미 수백만개의 응용이 투쟁하는 땅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척지, 신대륙으로 진출하는 도전을 보고 싶다. 새로운 플랫폼을 글로벌 기업들이 펼치고 있고, 여기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 그 땅을 누가 먼저 개척하고 차지할 것인가는 창업자들의 눈이 얼마나 멀리 보는가에 달려 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