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위기 자초한 부산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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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운영위원장의 느닷없는 공동감독 제안과 전시감독 선정과정의 불공정성으로 촉발된 부산비엔날레 사태가 운영위원장의 사퇴서 제출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개막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을 고려할 때 원만한 행사를 위한 부산시의 행보도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선장을 잃은 비엔날레호가 제대로 순항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오랜 시간 실무를 맡아온 사무국장 또한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그 근심의 무게는 예사롭지 않다.

사실 오광수 운영위원장의 사퇴는 미연에 방지될 수 있었다. 부임 10개월 만에 자리를 내려놓아야만 하는 순간과 마주하지 않을 기회도 여러 번 있었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소홀히 한 운영위원장에 대한 부산지역 문화예술단체의 사퇴 압력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정작 위원장 본인과 임명권자인 부산시는 그 시기를 번번이 놓쳤다.

2012 부산비엔날레 본전시에서 공개된 인도 작가 쉴라 고다의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 부산비엔날레조직위

2012 부산비엔날레 본전시에서 공개된 인도 작가 쉴라 고다의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일례로 지난 4월 부산지역 예술단체가 개최한 ‘부산비엔날레 개혁과 쇄신을 위한 문화예술인 토론회’에는 조직위 관계자 그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독선적 운영과 비민주적인 감독 선임절차에 항의하는 지역 문화인들의 반발을 달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었지만, 위원장 자신과 부산시는 그들의 손길을 너무나 쉽게 외면했다.

위원장과 부산시는 부산비엔날레 감사들의 여러 지적에도 귀를 닫음으로써 파행을 자초했다. 올해 초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민병일, 박은주 감사는 2013년 부산비엔날레 감사 보고서를 통해 “위원장은 전시감독 선정 권한이 없으면서 운영위원회를 독단적으로 구성하고 사전 검토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대외적으로 조직의 명예를 훼손한 운영위원장과 관련자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의 태도는 미온적이었고, 개선점을 내놓지도 못했다. 특히 오 위원장이 부임할 때부터 일었던 서울지역 퇴역 문화인들만 중용한다는 지역 문화계 인사들의 거듭되는 비판에조차 부산시는 마이동풍으로 일관했다.

국내 작가 김주현의 ‘토러스’ | 부산비엔날레조직위

국내 작가 김주현의 ‘토러스’ | 부산비엔날레조직위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와 공공재로서의 문화행사에 대한 낮은 인식이었다. 김해문화재단 이영준 전시기획팀장의 말마따나 “조직의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인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파행으로 치달은 원인 중 하나라면, 사심을 투영하려 했던 일부 권력자들의 그릇된 양태 역시 발단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부산비엔날레를 책임지는 부산시가 엄정한 원칙에 따라 정책 조율 기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면, 나아가 예술인들의 거듭되는 손길을 운영위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잡으려 했다면 오늘과 같은 씁쓸한 현실은 도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현재 눈앞에 닥친 부산비엔날레의 위기는 참으로 아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지난해 8월 고 이두식 전 운영위원장의 뒤를 이어 부임한 오광수 운영위원장은 당시 감독 선정위원회 투표에서 부산의 전시기획자 겸 작가인 김성연씨가 1위로 선정되자 2위 득표자인 프랑스 기획자 올리비에 케플랑과의 공동감독을 제안하면서 논란을 촉발시켰다. 결국 케플랑을 제외한 1위와 3위 모두 공동감독 제의를 거부해 공동감독제는 무산됐지만, 부산지역 25개 문화예술단체로 결성된 부산문화연대를 중심으로 한 예술인들의 오 위원장 사퇴 요구에 불을 지피는 발화점이 됐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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