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를 대하는 중국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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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전지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열풍은 언론 보도를 뛰어넘는다. 극중 전지현의 “첫눈 오는 날엔 치맥(치킨과 맥주)”이라는 말 한마디가 치킨 유행으로 이어졌다. 

김수현과 전지현이 캠핑을 떠나 라면을 먹는 장면 덕분에 중국 신라면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전지현이 김수현을 도민준씨라고 부르는 점에 착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름 뒤에 ‘xi’(씨)를 붙이는 게 유행이다. 씨라는 의존명사가 없는 중국에서 신조어가 생긴 셈이다. 

이쯤 되면,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우리는 왜 이런 드라마를 못 만드냐”는 정치인들의 한탄이 나온 게 무리는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별에서 온 그대>를 향한 중국인들의 ‘숟가락 얹기’ 전략이다. 드라마 인기에 기대려는 마케팅뿐 아니라, 이 작품을 현지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눈에 띈다.

SBS <별에서 온 그대>  | SBS 제공

SBS <별에서 온 그대> | SBS 제공

중국신문망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영방송인 CCTV는 당초 제목이 <상고시대 외계인>이었던 다큐를 <상고시대에서 온 그대>로 바꿔 방송하기로 했다. <별에서 온 그대>가 널리 알려지자 그 이름을 따 친숙함을 주려는 시도다.

3월 13일 포털사이트 야후의 증권뉴스는 “수정방은 <별에서 온 그대>의 홍 사장도 좋아하는 중국의 술”이라고 보도했다. 홍진경이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수정방을 마셨다고 말한 부분에서 착안한 기사다. 

그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의 절친한 친구이자 만화가게 주인으로 나왔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시작된 기사는 수정방이 600여년의 역사가 있고, 한국의 30여개 5성급 호텔과 50여개 고급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별에서 온 그대>에 슬쩍 수정방 홍보를 얹은 것이다.

중국에서 도민준(김수현 역)의 흔적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재미있다. 13일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인민망은 저장사범대에 근무 중인 ‘현실판’ 도 교수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장사범대에서 생물화학을 가르치는 조모 교수의 학사, 석사, 박사, 그리고 현재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데, 안경을 쓴 것만 빼면 짧은 머리에 둥근 이마 등 도민준과 거의 똑같은 모습이다. 외계인으로 설정된 드라마 속 도민준 교수가 늙지 않는 것처럼, 이 교수 역시 14년간 늙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SBS <별에서 온 그대>  | SBS 제공

SBS <별에서 온 그대> | SBS 제공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조 교수님 정말 외계에서 온 것 아닌가요?” “실험할 때 치맥 먹어도 되나요?” “도 교수의 환생 아닌가요?”라는 누리꾼들의 질문이 올라왔다.

‘백미’는 도민준의 조상에 관한 중국 기사들이다. 광명일보 인터넷판은 도민준의 뿌리를 중국에서 찾고 있다. 도민준(都敏俊)의 본관이 성주라고 가정하고, 한국 도씨의 선조는 중국 한나라 인물 도계라는 설명이다. 이 신문은 “도씨 시조인 도계의 후손인 도조가 고구려로 건너오면서 한국의 도씨가 번성하게 됐다”고 밝힌다.

전지현의 극중 이름은 천송이다. 중국 언론은 천송이의 뿌리도 중국에서 찾아냈다. 영양 천씨의 시조는 명나라 관리 천암이다. 이 후손이 한국으로 건너가 한국에 천씨가 생겼다며 천송이의 조상도 중국인이라고 주장한다.

드라마 제작사에서는 주인공의 한자 이름을 따로 만들지 않는다. 없는 중국 이름을 있다고 가정하고 만들어내는 중국인들의 뿌리 찾기 노력이 눈물겹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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