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의 숙원이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마침내 11월 13일 문을 연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국립현대미술관 본관(경기도 과천)과 달리 서울관은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어 그야말로 ‘도심 속 미술관’으로 큰 관심을 모은다.
서울관은 종로구 소격동 옛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자리에 들어섰다. 길 건너 경복궁 동쪽 담장과 마주보고, 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 인사동 거리와도 인접했다. 연면적 5만2125㎡에 부지 2만7264㎡, 지하 3층·지상 3층 규모이며, 2011년 6월 착공해 모두 24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서울관은 모두 8개의 전시실을 갖췄다. 특히 제1 전시실 등은 인공조명과 더불어 자연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또 전시실 외에 122석의 영화관을 비롯해 253석의 멀티프로젝트홀, 미디어랩, 디지털정보실, 세미나·강의실 등 다양한 문화시설과 식당, 카페테리아, 푸드코트, 디지털 북카페 등의 관람객 편의시설도 갖췄다.

11월 13일 개관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면 모습. ⓒ명이식
건축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서울관의 가장 큰 건축적 특징은 마당이다. 건물들 사이에 마련된 마당은 모두 6개로 건물들 안팎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용도의 행사도 가능하다. 설계를 맡은 엠피아트 민현준 대표(홍익대 교수)는 “마당의 주인은 관람객들”이라며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오가게 하는 매개공간이자 참여공간, 휴식공간”이라고 밝혔다.
현대미술관 측은 서울관을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를 접목하는 종합미술관’ ‘글로벌 다양성을 증진하는 한국예술의 중심미술관’ ‘문화 발전을 생성하는 열린 미술관’이란 목표아래 시민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도심 일상 속 미술관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개관과 함께 시작되는 개관 특별전도 관심의 대상이다.
특별전의 주제이자 핵심 전시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과 한국·세계의 공간을 연결하고 전개시킨다는 의미의 ‘연결-전개’다. 국내외 전시기획자 7명이 공동 기획했으며,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작가 7명이 참여해 현대 미술을 큰 틀에서 조망해 본다.
또 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시대별로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는 한국 대표작가 50여명의 회화·조각·사진·미디어 등으로 구성되는 ‘시대정신’전, 서울관 건립과정을 영상·사진으로 담은 노순택·백승우 등의 ‘미술관의 탄생-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기록전’도 마련됐고, 서도호·장영혜중공업·최우람은 각자 자신만의 공간 해석을 통한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을 세운다. 과천관, 덕수궁관에서도 서울관 개관 특별전이 열리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 공공 보행통로. | ⓒ남궁선
서울관은 개관 초기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11월 30일까지는 온라인 사전 예약제를 시범 운영하고, 관람객 편의를 위해 서울관~과천관~덕수궁관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도 하루 4차례 운행키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이 개관하면 기존 과천관·덕수궁관 등 ‘3개관 체제’가 됨에 따라 3개관마다 특성을 살려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정형민 관장은 “과천관은 원로작가 회고전이나 청년작가 지원전 등과 한국 현대미술사를 정립하는 연구기관으로, 서울관은 동시대 현대미술을 수용하며 세계 속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기관으로, 덕수궁관은 근대미술을 연구·전시하는 핵심 기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충북 청주의 옛 연초제조창 건물에 2015년 개관을 목표로 미술품 수장·보존기능으로 특화한 청주관을 마련 중에 있다.
<도재기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