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KBS2 <개그콘서트>가 방송된 후 ‘김나희’가 각종 검색 순위에 올랐다. 김나희는 이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전설의 레전드’ 코너에 전학생으로 투입된 개그우먼이다. 전학생인 김나희를 경계하는 듯하던 남학생들은 “남자친구 없다”는 말에 환호했고, 오랜 친구인 신보라보다 그녀를 더 챙겼다. 이유는, 예쁘기 때문이다.
검색 순위에 오른 것은 새 등장인물에 대한 궁금증도 있겠으나 김나희의 외모가 큰 몫을 했다. 이전에도 뜨겁게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남자가 필요 없는 이유’에서 짧은 옷을 입고 몸매를 드러냈을 때였다. 김나희는 2013년 KBS 28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신인이다.

KBS<개그콘서트> | KBS제공
<개그콘서트>의 또 다른 개그우먼 안소미도 예쁘고 귀여운 외모를 한껏 활용하고 있다. 안소미가 출연하고 있는 코너 ‘놈놈놈’의 구도는 이렇다. 평범한 외모의 남자친구 송필근은 여자친구인 안소미와의 데이트에서 친구들을 부른다.
돈과 외모, 매너로 무장한 친구들은 친구의 여자친구를 위해 과도한 친절을 베푼다. 남성들의 구애에 시달리는 안소미의 외모가 예쁘지 않았다면 시청자들이 이 코너에 몰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미녀 개그우먼의 등장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계보는 1990년대 서현선, 팽현숙, 박미선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개그콘서트>의 김지민까지 이어왔다. 그룹 ‘모닝’ 출신이었던 SBS 개그우먼 백보람은 미녀 스타들의 전유물인 모바일 화보까지 찍었다.

SBS<웃찾사> | SBS제공
최근에 두드러진 부분은 각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미녀시대를 열고 있다는 점이다.
MBC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에 빠지다>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그우먼은 맹승지다. 맹승지가 스타로 떠오른 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였다. 리포터로 출연한 그는 출연진의 몰래카메라를 위해 투입됐다. 그녀가 거침없이 내뱉은 질문에 베테랑 예능인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오빠 나몰라?”는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코미디에 빠지다>에서 그녀가 맡은 코너는 ‘맹스타’다.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맹승지의 이름을 내세운 코너인 셈이다. 이 코너는 예쁜 얼굴과 철저한 이미지 관리로 인기를 얻었지만 사실은 백치미가 넘치는 여배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맹승지가 연기 못하는 여배우 역을 맡아 여배우와 감독 간의 불화, 상대 배우와의 스캔들, 발연기 논란 등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MBC<코미디에 빠지다> | MBC 제공
기상 캐스터 출신의 방송인 박은지는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에 수혈됐다. 그가 출연하는 코너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특종기자 박은지가 뱀파이어 김민수를 취재하며, 흔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음모론 등으로 엉뚱하게 재구성하는 개그이다. 박은지는 이탈리아 출신의 방송인 크리스티나 성대모사와 함께 오버스러운 코믹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웃음을 유도한다.
예쁘다고 개그우먼을 못할 이유는 없다. 다양한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는 개그코너에서 예쁜 개그우먼들이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 예쁜 척하지 않고 망가지면 그것은 반전 웃음이 된다. 예쁜 척하면 또 그런 대로 미워하고 질투하면서 코너를 보게 되는 것이 시청자다. 역시 예쁘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