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첫 개인전 여는 토니 아워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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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은 출산시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나 키스를 할 때도 분비된다. 산모가 아기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거나 여성이 남성에게 모성본능을 느낄 때도 옥시토신은 왕성히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모든 사랑의 묘약이자,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묶어주는 데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이다.

토니 아워슬러 ‘Bound Interrupter’

토니 아워슬러 ‘Bound Interrupter’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313 아트 프로젝트에서 열리는 토니 아워슬러(55) 개인전의 제목이 바로 옥시토신에서 따온 ‘사랑의 묘약(OXT Variations)’이다. 개막식이 열린 11월 7일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영화나 다른 대중문화에선 관객들은 작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선형적인 관계에 있지만, 나의 작품에선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기도 하는 상호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토니 아워슬러는 백남준 이후 비디오 아트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가이다. 그는 영상에 퍼포먼스를 넣어 이를 회화와 조각 작품 속에 녹이는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을 위해 그는 거의 모두 새 작품을 준비했다. 갤러리 한가운데를 꽉 채우는 설치작품 1점과 인간 내면의 심사를 시적으로 표현한 비디오 조각 작품 4점, 회화 속에 영상을 넣은 작품을 포함해 모두 12점을 선보인다.

전문화라는 이름으로 근대 이후 학문과 예술의 분화가 심화됐지만 지난 60년대부터 적어도 미술에선 장르 간의 구분이 해체되기 시작했다. 미술에 연극적 퍼포먼스가 들어가고, 음악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예술가들은 장르의 구별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자신의 취향과 의도에만 구애받는다. 토니 아워슬러는 이러한 작가들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는 비디오 아트 안에 회화와 조각, 퍼포먼스, 음악을 함께 곁들였다. 또한 여러 이야기가 압축된 그의 회화·조각 작품들은 생략과 상징이 두드러져 시적인 면을 갖고 있다. 그가 이번 전시에 출품한 회화 작품들이 그렇다. 평면의 회화 속에는 작은 비디오 영상이 숨겨져 있어, 마치 그림 속 다른 세상을 엿보는 느낌을 준다.

토니 아워슬러 ‘Pink Mirror’

토니 아워슬러 ‘Pink Mirror’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Bound Interrupter’는 가운데에 사랑을 나누는 듯한 나체의 남녀 이미지를 중심으로 해서, 이 두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구성하는 이야기들이 좌우에 펼쳐진다. 작가는 “사람들이 만나고 관계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삶이 이어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나는 작품에서 어떤 스토리를 정해 전달하고 싶지는 않다. 이 작품의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시가 그렇듯이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열려 있다.

백남준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반색을 표했다. 그는 “내가 캘리포니아의 CAL Arts(California Institute for the Arts)에 다닐 때인 1976년에 이미 백남준은 대가였다. 어느날 백남준이 UCLA에 와서 강의를 한다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달려가 강의를 들었는데 그에게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1985년 파리 퐁피두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할 때는 백남준이 와서 내 작품을 봐주면서 점점 친해졌다”며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백남준은 나에게 늘 영감을 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백남준 시대와 달리 지금은 미디어와 수용자가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 관계”라면서 “아티스트로서 나의 목표는 관객이 작품을 통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참여하면서 활발한 감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 (02)3446-3137

<주영재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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