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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인기 웹툰은 ‘생활툰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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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패션·애완동물 등 아기자기한 일상 옴니버스 형식으로 주목받아

웹툰의 등장은 ‘종이에서 인터넷으로’의 매체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만화의 소재와 형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출판만화물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만화들이 나타난 것이다. 아기자기한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 ‘생활툰’이 대표적이다.

<드레스 코드>의 주인공 ‘계영’

<드레스 코드>의 주인공 ‘계영’

물론 참신한 스토리와 극적 구성으로 전개되는 스토리 중심의 작품은 웹툰시장에서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인기가 높다. 하지만 최근 생활툰 소재가 요리와 패션, 애완동물과 결혼생활 등으로 구체적이고 다양화해지면서 일상을 다룬 웹툰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올여름 <드레스 코드> <그루밍 선데이> 등에 이어 이달 초 생활툰 <어쿠스틱 라이프 3>가 단행본으로 출간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결혼해도 똑같네> <역전! 야매요리> 역시 출판을 앞두고 있다.

<드레스 코드>는 천계영 작가의 첫 웹툰이다. 천 작가는 1990년대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 등으로 순정만화계에 한 획을 그은 작가다. <드레스 코드>의 주인공은 작가 본인이다. 5년 전 한 출판사에서 패션만화를 제안받아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 만화는 ‘패션 문외한’이었던 작가가 취재를 위해 직접 옷을 사 입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기까지 겪었던 시행착오와 깨달은 노하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옷 잘 입는 법’ 시행착오와 노하우 소개
<드레스 코드>는 단순히 ‘옷 잘 입는 방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천 작가는 TV 속 연예인들처럼 완벽하지 못한 몸에 불만을 갖기보다 장점을 찾고 단점을 보완해 자신감을 가질 것을 매회 강조한다.

천 작가는 “5000원짜리 티셔츠를 입어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보통의 체형보다 옷 입기에 많은 결점을 가졌지만 이 점이 만화를 연재하면서 많은 이들이 겪는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만화에 틀린 내용이 들어간 경우 독자들이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댓글을 달기 때문에 끊임없이 검증해야 하는 일은 패션 생활툰을 연재하며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드레스 코드>처럼 생활툰이 전문적인 지식에 기초한 내용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역전! 야매요리>를 연재하는 정다정 작가는 제목 그대로 ‘야매로 요리하는 법’을 만화로 그린다. 정 작가는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적이 없다. 

전문 요리사가 아닌 정 작가가 참고하는 레시피는 네이버 키친이다. 실패한 요리는 실패한 대로 올린다. 새카맣게 탄 도넛도, 치킨 파우더를 너무 많이 뿌려 ‘떡’이 된 치킨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만화를 따로 공부한 적도 없다. 1년 전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었던 작가는 취미로 요리 블로그를 운영했다. 요리 과정을 찍은 사진에 유머러스한 글을 덧붙인 게시물은 인기를 끌었고, 만화로 그린 후기를 본 네이버 측에서 웹툰 연재를 제안한 게 계기였다.

<역전! 야매요리>의 ‘야매토끼’ 캐릭터

<역전! 야매요리>의 ‘야매토끼’ 캐릭터

<역전! 야매요리>에는 유머와 재치있는 표현이 넘친다. 도넛을 만들 땐 ‘설탕 1/2 아빠 밥그릇’을, 계란찜 고명으로 ‘쪽파와 당근 1야매꼬집씩’ 넣는다. 오이와 사과를 썰 때 ‘오잇오잇’ ‘사괏사괏’이란 추임새를 넣어 보는 이의 재미를 더한다. 실제 정 작가는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유머 게시판을 자주 보며 각종 패러디와 유행어를 만화에 반영한다.

정 작가가 부산외고를 다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학벌과 스펙에 집착하는 삶이 행복해 보이지 않아 방황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작품을 연재하지만 지금의 인기와 경제적 여유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만화를 그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드레스 코드>와 <역전! 야매요리>가 두 작가의 첫 웹툰인 것과 달리 <그루밍 선데이>를 그리는 최종훈(필명 HUN) 작가는 2006년부터 웹툰에서 활동해 왔다. 전작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최근 탤런트 김수현을 주연으로 영화 제작이 준비되고 있다.

주로 스토리 위주의 작품을 그렸던 최 작가 역시 생활툰은 <그루밍 선데이>가 처음이다. 최 작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만화를 구상하던 중 직접 고양이를 키우며 겪은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리게 됐다”고 한다. <그루밍 선데이>를 즐겨보는 팬들 중 상당수는 고양이를 키우거나 좋아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때때로 작가와 독자 사이에 ‘갈등’도 생긴다.

최 작가는 고양이를 예찬하거나 좋은 이야기만 만화로 그리지 않는다. 고양이를 키우며 생기는 단점과 불편한 점도 에피소드로 다룬다. 때문에 몇몇 애묘인들은 고양이의 부정적인 면을 언급한 최 작가를 비난하는 댓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루밍 선데이>는 고양이에 대한 만화라기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과 주변의 이야기다”라며 “독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올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짤막한 에피소드로 한 회 마무리
기존 만화잡지에선 드물었던 생활밀착형 소재 만화가 웹툰시장에 등장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웹툰이 무료라는 점과 관련이 깊다. 만화잡지나 인터넷 유료 연재만화의 경우 독자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음호, 다음회를 구매하는 독자층이 있어야 판매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만화는 스토리보다 캐릭터에 의존하는 특성상 짤막한 에피소드로 한 회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천계영 작가는 “웹툰 연재는 조회수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만화의 내용 외에 극적 구성을 위해 기술적인 요소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독자는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기존 만화처럼 다음에 전개되는 줄거리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 때문에 옴니버스 형식으로 에피소드가 마무리되는 생활툰은 잡지사 입장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재할 가치가 떨어진다.

두 번째 이유는 웹툰이 작가가 자신의 스타일을 보다 잘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웹툰은 지면 제약이 없다. 또한 출판매체처럼 원고 수정 등의 과정에 참여하는 별도의 편집자가 없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작가의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최종훈 작가는 “기존 잡지매체는 그림선의 굵기나 말풍선의 종류 등 오랜 기간 공식화된 속성을 따르는 경향이 있어 작가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엔 다소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박정서 Daum 만화속세상 편집장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통해 보는 웹툰의 특성상 독자들이 일과 중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는 생활툰을 찾게 됐다”며 “작가와 독자가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점도 생활툰의 인기 요인”이라고 전했다.

<선담은 인턴기자 luvya0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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