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꽃축제가 펼쳐지는 공원에는 알록달록한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가득하다. 약 25만㎡(7만5600여평)에서 열리는 꽃축제는 공원을 빙 둘러서 펼쳐지고 있다.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일산호수공원 일대에서 5월 13일까지 열린다.
햇살을 받은 일산호수공원에 알록달록한 꽃들이 생명의 기운을 내뿜고 있다. 전 세계 꽃들의 축제인 ‘고양국제꽃박람회’가 4월 26일 화려하게 개막했다. 지난 1997년 첫 개최 이래 3년마다 열리는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이번이 여섯 번째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꽃축제는 오는 5월 13일까지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린다. 드넓은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꽃박람회전시관과 야외전시관은 말 그대로 꽃밭이다.
꽃을 보는 법, 꽃을 그리는 법
해마다 이맘때면 호수공원 전통정원을 찾아 꽃그림을 그린다는 풍경화가 김경진씨(한국풍경화가회)는 오전 일찍 호수공원을 찾았다. “부산 송도가 고향인데, 늘 가슴 속에 자연과 풍경에 대한 동경이 가득차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마치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의 풍경 속에 빠져드는 착각이 듭니다.” 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초목이 푸르른 숲 가운데에서 이젤을 펼쳐놓고 꽃송이 하나하나를 그리는 그의 모습이 참 편안하고 여유롭다. “햇살을 받은 꽃송이는 꽃잎 하나 하나가 모두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납니다. 모두 같은 듯하지만 서로 조금씩은 다르다는 평범한 세상의 이치를 배우기도 하지요.”

경기 김포에서 꽃박람회를 찾아 소풍을 나온 장애우와 사회복지사.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정대만, 이남산, 오국향, 이윤정씨.
사람의 손을 빌려 인공적으로 자연생태계를 재현한 일산호수공원은 수도권 시민들에게 호수와 어우러진 주변 경관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다. 공원은 호수 중간에 떠 있는 달맞이섬을 경계로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북쪽은 자연의 호수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남쪽은 인공호로서 여러 광장과 분수 등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특히 호수의 물빛과 어우러진 숲의 조경이 자연스럽고 편안해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호숫가를 따라 이어지는 7.5㎞의 산책로를 따라 숲을 거닐기도 하고, 자전거를 빌려 호숫가를 빙글빙글 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처럼
한창 꽃축제가 펼쳐지는 공원에는 알록달록한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가득하다. 약 25만㎡(7만5600여평)에서 열리는 꽃축제는 공원을 빙 둘러서 펼쳐지고 있다. 꽃박람회는 주제전시뿐만 아니라 공예전시회, 고양현대미술제, 만화축제, 에어키즈랜드, 신나는 뽀로로 놀이동산, 실버문화축제 등의 행사가 펼쳐지는데, 꽃길을 따라 사람의 물결이 이어진다.
경기 김포에서 꽃박람회를 찾아 소풍을 나온 장애우 정대만씨와 이남산씨의 얼굴도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난다. 이들과 함께 꽃구경을 나온 사회복지사 오국향·이윤정씨(향유의 집) 역시 오랜만의 나들이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호수공원 전통정원을 찾아 꽃그림을 그린다는 풍경화가 김경진씨.
“이렇게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장애우 가족들과 봄꽃 구경을 나옵니다. 어쩌면 작은 꽃들은 우리 장애우 가족들과 가장 말이 통하는 친구인지도 모릅니다. 중증장애를 가진 분들이어서 자주 나들이를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렇게 자연으로 나오는 것을 매우 좋아하십니다. 마치 어린아이로 되돌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길 곁의 작은 꽃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꽃의 이름을 묻기도 하며 많이 즐거워하시지요. 저희 복지사들도 채워주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자연이 선물해주는 듯합니다.”
다행히 호수 주변에는 200조 이상의 파라솔을 배치하여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게 곳곳에 배려의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미아보호소, 수유실 등의 각종 편의시설, 노약자와 유아,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유모차도 무료대여를 해주고 있다. 또 화훼 전문가로 구성된 ‘꽃해설사’도 배치되어 있다.
“작은 꽃잎과 꽃술들, 그리고 여린 잎사귀들도 찬찬히 살펴보고, 색깔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찬란한 그들의 생명력을 느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세히 바라보고, 만져도 보세요.” 빨간 조끼를 입은 꽃해설사들은 꽃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꽃 이름, 꽃말, 꽃 키우는 방법 등 꽃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어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억 송이 꽃들과 사람들의 하모니
꽃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은 박람회장을 중심으로 호수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서붓서붓 꽃구경에 한창이다. 봄소풍을 나온 아이들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즐거운 놀이를 즐기고,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그저 청록의 생명과 자연의 환희에 감사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호수공원의 명물인 노래하는 분수대는 4월부터 시작된다.
고양국제꽃박람회는 박람회 주제관인 ‘에코 올림피아드관’을 비롯해 ‘꽃 올림피아드관’에서는 전 세계 100여종의 신품종 꽃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박람회는 국가관 25개국을 비롯하여 해외 40개국 146개 업체, 국내 168개 업체가 참가하여 역대 최대의 참가규모를 자랑한다. 네덜란드, 미국, 에콰도르,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참가국들은 각국의 대표 화훼류를 전시하고 신품종을 소개하고 있다. ‘신품종전시관’에서는 전국 8개 도농업기술원 및 육종가들이 출품한 140여종의 화훼 신품종도 볼 수 있고, 희귀난전시관, 화훼장식관, 식충식물전시관 등에서는 또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박람회 실내전시관 주위에 마련된 1만2000㎡(3630평)의 야외공간에는 약 80만본의 튤립과 백합 등이 ‘꽃의 꿈 정원’이란 이름으로 펼쳐지고, 20여종의 각양각색 꽃호박이 주렁주렁 열린 호박터널과 100여종 3만본의 장미로 사랑의 공간을 연출한 ‘밀회의 정원’에는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또 통일열차를 꽃으로 장식한 ‘한민족 꽃 평화정원’ 등의 야외전시도 온통 꽃으로 물결친다. 헐크, 킹콩, 쥬라기 공원 등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토피어리로 만나는 ‘캐릭터 가든’은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무지개호수에 나들이를 온 아이와 부모.
이밖에 꽃 조형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모자이크 컬처 작품, 꽃과 어우러진 전원주택 정원, 실생활에 직접 응용할 수 있는 생활조경 전시 등 놓칠 수 없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문화체험장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토피어리 만들기, 선인장 비누 만들기, 생활원예 분경작품 만들기, 압화 체험, 곤충 체험, 한지공예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노래하는 음악분수에서 아름다운 사연을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호수공원의 명물인 분수대 광장도 찾아보자. 주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바닥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다. 바닥분수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가르며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선 생동감이 넘친다. 아이들의 웃음과 환희, 더불어 물줄기의 힘찬 역동성이 5월의 하늘처럼 청명하고 맑게 부서진다.

고양국제꽃박람회에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 비눗방울을 불면서 축제를 즐기는 아이들.
특히 석양 무렵이면 호수공원의 명물인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노래하는 분수는 기계적으로 입력되는 값으로 움직이는 단순한 음악분수가 아닌, 음악에 맞추어 수동으로 분수의 모양을 조합하여 표현한 종합창작예술 퍼포먼스다. 댄스음악에 맞춰 경쾌한 춤을 추고, 클래식 선율에 맞추어 발레를 하듯 우아하게 움직이는 노래하고 춤을 추는 분수의 모습은 가히 꿈처럼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음악분수는 4월부터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 최신음악과 함께 화려한 분수쇼가 펼쳐진다. 특히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신청곡 접수를 받는데, 누구나 다양한 사연과 음악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곡 중 가장 적합한 사연을 선곡에 반영한다. 가족들과의 사연을 적어 보내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이 사연을 신청해 감동적인 이벤트를 선물하기도 한다. 색색이 옷을 갈아입는 분수의 색감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가히 환상적인 실루엣을 이루어낸다. 춤을 추는 듯한 분수의 야경은 사연의 주인공들에게는 매우 감동적인 선물이 되는 셈이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leegha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