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딸’ 된 박애주의자 레이디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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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조안 안젤리타 저마노타. 1986년 3월 뉴욕에서 태어났다. 열세 살에 첫 발라드곡을 작곡했던 그는 9년 뒤인 2008년 첫 앨범 <The Fame>을 발표했다. 이후 그의 삶은 앨범 제목처럼 곧장 ‘명성’의 정점으로 비상했다. 앨범은 기록적인 판매량을 올렸다. 패션은 충격과 열광을 동시에 낳았다. 2011년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 그를 주제로 한 사회학 강의까지 개설됐다. 2008년 이후 ‘레이디 가가’로 더 잘 알려진 이 20대 미국 여성은 단숨에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레이디 가가

레이디 가가

한국의 일부 개신교인들은 그 명성이 반기독교적인 사상과 행위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4월 27일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앞두고 일부 개신교인들은 공연 금지를 요구하는 도심 집회와 온라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개신교 단체도 나섰다. “레이디 가가는 동성애자이며 동성애 옹호론자로 동성애를 미화하고 정당화시키는 데 자신의 음악과 공연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위해 목사가 되겠다며 기독교를 모독하고 있다.”(4월 26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어둠과 죽음의 영으로 미혹하는 사탄의 궤계를 물리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3월 19일 한국교회언론회)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레이디 가가는 ‘동성애자인 데다 동성애를 옹호하기까지 하는 사탄의 딸’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박애’가 기독교적 가치의 핵심이라면, 레이디 가가는 자신의 명성을 기독교적 실천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해온 유명인들 중 하나다. 레이디 가가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과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 때 수십억원의 구호기금을 마련했다. 에이즈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지금까지 마련한 기금은 2억 달러(2000억원)가 넘는다. 2011년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영리 자선재단 ‘태어난 대로 재단(Born This Way Foundation)’을 만들었다. 재단 이름은 레이디 가가의 2집 앨범에 실린 동명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인데,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3월 성명에서 이 노래가 동성애를 미화하고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사를 보면 이 노래는 성적소수자나 소수인종으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태어난 대로’의 정체성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레이디 가가에 대한 일부 개신교의 마녀사냥은 범죄심리 전공자를 논객으로 만들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지난 4월 22일 “공연을 두고 하도 논란이 많아 레이디 가가에 대해 공부를 했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가가 관련 글을 올렸다. 이후 그는 4월 27일까지 8개의 블로그 글과 수십여개의 트윗글을 작성하며 공연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과 논쟁을 벌였다. 표 교수는 4월 27일에 작성한 한 트윗글에서 이렇게 꼬집는다. “21세기 대한민국, 기독교 종주국도 아닌, 단 한 번도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한 적도 없는,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나라에서 동성애 차별과 공격이 웬말? 한국 기독교는 법 위에 군림?”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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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