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사회 각계 인사들의 타계 소식은 정치권을 넘어 문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시대의 버팀목이 되어 준 고인들의 유지는 혼란하고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놀라운 반응을 끌어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작가들의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 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2010년 어떤 책이 출간되고 사랑 받았는지 상반기 문학 시장의 흐름을 살펴본다.
![[2010 상반기 문학 트렌드]독자와 작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다](https://img.khan.co.kr/news/2010/07/13/20100713000958_r.jpg)
잊을 수 없는 작고 작가와 그의 작품들
2009년부터 최근까지 연이은 각계 인사들의 타계 소식으로 국민들의 상심이 컸다. 이에 따라 고인들이 남긴 주옥같은 저서들이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금 재조명됐고, 고인들의 흔적을 모아 새롭게 출간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종교계의 큰 별 법정 스님의 입적은 연일 뉴스로 크게 다뤄졌으며, 그동안 스님이 남긴 저서들은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미 절판된 <무소유>를 비롯해 상반기 베스트 1위를 차지한 <아름다운 마무리> <일기일회>와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등은 모두 상반기 베스트 10위 안에 들었다. 법정 스님의 타계 이후로 스님 도서의 3개월 간 판매 부수는 15만권에 육박했으며, 아직까지도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순수한 문학적 감수성과 특유의 밝은 천성으로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된 장영희 교수의 1주기를 맞아 추모 행사가 진행됐으며, 지인들의 추모 글로 엮은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가 출간돼 유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 이어 잔잔한 감동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작가와 독자, 장르를 넘나들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일기장에 끼적이는 글이나 블로그에 올리는 감상 한 편으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블로그의 여행기, 스타가 된 아이돌의 성장 기록이 책으로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지탐험가에서 여행작가, 비정부기관(NGO)의 긴급구호팀장으로 변신해 다방면에서 활동해 온 청년들의 멘토 한비야씨의 최근작 <그건, 사랑이었네>는 출간 직후 한 달 동안 10만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한 무결점 연기로 온 국민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국가대표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피겨 퀸에 오르기까지 무대 뒤의 이야기를 담은 <김연아의 7분 드라마>를 출간, 골수 팬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청년 박지성이 축구 선수로서의 도전과 고민 등 내면의 목소리를 직접 글로 써 내려간 <나를 버리다>는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판매량이 급증했다.
라디오와 TV 출연, 각종 칼럼 연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작가 김태훈은 남들과 똑같은 일관성 있는 삶보다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일상을 <김태훈의 랜덤 워크>란 에세이에 담아 출간했다.
방송작가 노희경은 주목할 만한 높은 시청률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자기 드라마의 골수 팬, 즉 ‘드라마 폐인’을 제조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드라마를 소설로 옮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시켜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금 재현해 내는데 성공했다. 드라마의 성공으로 도서가 베스트셀러된 경우도 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인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믹키유천이 드라마에 캐스팅됐다는 소식만으로 드라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판매량이 급증, 여느 원작 소설의 인기를 넘어섰다.
국내문학, 해외문학 누르고 완승
올해 상반기의 주인공은 국내 문학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이미 100위권 안에 국내 문학이 16권이나 듦으로써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에는 숫자가 더욱 늘어 100위권 안에 25권의 국내 문학서가 포함됐다. 이에 비해 해외 문학은 상반기를 이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 터키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무크의 <순수 박물관>이 5월에 출간됐고 <1Q84>의 3, 4권 출간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자들은 후속 권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지난해 해외 문학 판매량의 10% 이상을 점유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7월 7일 개봉된 영화 <이클립스>로 인해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선 예스24 문학담당 coucou@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