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크롬웰의 특사는 왜 죽임을 당했나](https://img.khan.co.kr/newsmaker/802/82_a.jpg)
수도원의 죽음
C. J. 샌섬 지음 | 나중길 옮김 | 영림카디널 | 1만3000원
1537년 영국은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이혼 문제로 로마 교황청과 갈등을 빚은 국왕 헨리 8세는 자신이 교회의 우두머리라는 수장령을 선포했고, 영국의 종교개혁이 시작됐다. 이후 국왕은 교황청에 대한 금전 납부를 금지했고, 수도원을 해산시켜 수도원의 토지와 재산을 몰수했다. 수도원의 해산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국왕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토머스 크롬웰. 크롬웰은 특사를 각 지역의 수도원에 보내 수도원의 재산과 불법행위를 조사했다.
소설 <수도원의 죽음>은 수도원 해산 과정에서 벌어진 특사의 살해 사건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그린 작품이다. 크롬웰은 서식스 주 스칸시에 있는 성 도나투스 수도원에 싱글턴 특사를 보냈는데, 어느 날 아침 목이 잘려 죽은 채 발견됐다. 수도원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끔찍한 살인 사건이었고, 수도원에 있던 신성을 모독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에 크롬웰은 종교개혁을 지지해온 곱추 변호사 매튜 샤들레이크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특사로 파견했다.
샤들레이크 특사는 성 도나투스 수도원에서 벌어진 살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도원에서 살인 사건은 계속 일어난다. 특사에 대한 살인 사건이 단순히 수도사들의 원한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예상했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영국의 종교개혁의 명분으로 크롬웰이 저지른 악행들이 예상치 못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샤들레이크 특사는 수사를 할수록 자신이 믿어온 종교개혁과 진실과 믿었던 크롬웰의 추악한 다른 얼굴을 보면서 환멸을 느낀다.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여타의 추리소설처럼 어떻게 범인이 잡히고, 어떻게 단서를 찾아낼까 궁금해한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추리소설은 당시 영국의 종교개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려주는 역사소설로 변하기 시작한다. 싱글턴 특사의 죽음은 고문으로 거짓 자백을 하고 단두대에 오른 피해자 가족의 울분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밝혀진다.
<수도원의 죽음>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여러 모로 비슷한 점이 있다. 수도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과 그것을 파헤치는 추리 기법, 사건을 조사하는 인물이 탐정과 조수의 콤비로 이뤄졌다는 것, 그리고 결국 한 수도원의 몰락을 다루고 있다는 점 등이 <장미의 이름>과 닮았다.
<수도원의 죽음>이 <장미의 이름>과 다른 것은 영국의 종교개혁 이면을 추리소설 기법으로 절묘하게 다룬 것이다. 또한 종교라는 우산 아래에서 인간이 얼마나 추하게 변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청렴과 청빈을 모토로 세운 수도원이 수도사들의 안락한 삶을 위해 지역 사회를 피폐하게 만든 것이나, 헨리 8세가 종교개혁이라는 허울 아래 수도원의 재산을 빼앗은 후 환수 재산의 대부분을 왕실과 신진세력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한 것이 단적인 예다.
작가 C. J. 샌섬은 영국 버밍험 대학에서 학사학위와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동안 변호사로 일한 다음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그의 유명한 ‘꼽추 변호사 매튜 샤들레이크 시리즈’의 소설로 2005년 영국 추리작가협회상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샤들레이크 시리즈로는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