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행동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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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세종기지 인근 마리안 소만의 빙벽이 녹아서 무너져내리는 모습.

남극 세종기지 인근 마리안 소만의 빙벽이 녹아서 무너져내리는 모습.

지난 2월 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2 실무그룹의 제4차 평가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과 같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1980~1999년과 비교해 금세기 말인 2090~2099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 6.4℃, 해수면은 59㎝ 상승한다는 것. 그러나 만일 온실가스 배출이 환경친화적으로 유지된다면 금세기 말에 기온은 최소 1.1℃, 해수면은 18~38cm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도 상승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다. 전 지구 평균 온도가 1℃ 상승하는 2020년대에는 대략 4억∼17억 명이, 2∼3℃ 상승하는 2050년대에는 10억∼20억 명이, 3℃ 이상 상승하는 2080년대에는 11억∼32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홍수로 인해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1℃ 상승하는 2020년대에는 양서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2~3℃ 증가하는 2050년에는 전 세계의 동물과 식물의 20~30%가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며, 3℃ 이상 상승하는 2080년대에는 전 지구 생물의 대부분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

남극 빙벽 빠른 속도로 녹아내려

가뭄으로 말라버린 강바닥을 보며 농부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강바닥을 보며 농부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이미 국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부경대 지구환경학과 오재호 교수는 지난 10월 26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주최한 ‘수자원정책 세미나’에 참석, 최근 한 농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소개했다. “작년(2006년). 봄이 오자 언제나처럼 꽃이 폈습니다… 그런데 비가 그치지 않는 겁니다. 장대 같은 비가 이틀, 사흘, 나흘… 정확하게 1주일 내내 내렸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할 때부터 질 때까지. ‘봄 장마’라고도 하지요. 잘 아시겠지만 자두의 열매는 꽃과 바람과 벌이 잉태시킵니다. 바람과 벌 대신 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열매에 양분을 빼앗길 필요가 없는 나무는 왜 또 그렇게 잘 자라는지… 아버님은 지난 겨울 하루도 쉬지 못하고 웃자란 자두나무의 가지를 잘라내야 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전지가위로도 충분한 일을 톱을 들고 말이죠. 그리고 2007년.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시기의 날씨가 올해처럼 널뛰기를 한 적이 있을까요. 평년보다 월등히 기온이 높았던 겨울의 끝… 아니나 다를까, 벌써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두꽃이 거짓말을 하듯이 4월 1일 만우절부터 피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은 ‘10일 이후에나 피어야 정상인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십니다… 세탁소에서 막 찾아온 옷처럼 깨끗하고 반듯해야 할 꽃잎이 창고에 던져놓은 넝마처럼 구겨져 있습니다… 아버님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습니다. ‘냉해’ 같다고….”(출처: http://cafe.daum.net/refarm)

지난해 11월 남극 세종기지를 다녀온 필자는 기지 옆 마리안 소만의 빙벽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녹아 무너지고 있는지 실제로 경험한 바 있다. 이처럼 얼음이 녹으면서 세종기지 주변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광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끼고 나누고 겸손하게 살아야

남극 세종기지.

남극 세종기지.

온도가 높아지면서 동물 개체 수도 크게 늘었다. 제비갈매기의 경우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 기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남극 어느 곳을 가든지 10~20마리씩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남극 제비갈매기를 발견할 수 있었고, 심지어 북극에서 날아온 북극제비갈매기까지 남극을 찾아오고 있었다. 남극의 폭군이라고 할 수 있는 스쿠아(도둑갈매기)는 물론 펭귄과 해표도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세종기지 주변이 마치 동물의 낙원이 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지상에는 곳곳에 작은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 ‘남극좀새풀’(일명 ‘남극잔디’)이 넓은 지역에 군집을 이루면서 자라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세종기지 관계자는 “남극좀새풀을 처음 발견한 때가 1999년인데 불과 7년 만에 인근 지역 전역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극좀새풀과 함께 그 주변에는 같은 현화식물인 ‘남극개미자리’도 커다란 꽃을 피우며 자리를 잡고 있다. 남극에 현화식물이 등장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남극의 상징이었던 추위와 바람이 수그러들면서 육지의 영구동토층이 붕괴되고 뿌리식물이 자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남극 세종기지.

남극 세종기지.

한국인 최초로 미국 대학 총장에 선임된 바 있는 강성모 캘리포니아주립대(UC머시드) 총장은 최근 내한, ‘2007 글로벌 인적자원 포럼’에 참석해 “최근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은 산악지역에 물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일어난 환경재해”라고 말했다. “이미 산악지역 인근의 많은 주민이 식수난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산불 우려가 팽배하고 있어 UC머시드에서는 주 정부와 협력, 수자원 고갈문제를 연구 중이었다”며 “온난화가 지금과 같이 지속된다면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물 부족 사태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어떻게 지연시키느냐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인류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변에서 사용하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오 교수의 말대로 지금은 “온난화에 대해 걱정할 때가 아니라 행동이 필요할 때”다.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개인 행동지침을 한 가지라도 실천할 경우, 그것이 곧 인류를 살리는 것이고, 내 가족과 후손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편집위원 aacc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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