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열광하는 기발한 아이디어 동영상… 탄탄한 실력으로 연예계 진출 노려
내복남·몸빼남, 팝핀DS, 제노, 무이태봉, 크레이지덕, Cas.P, J.Q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면 UCC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이들은 춤과 노래 혹은 코미디 동영상을 스스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려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조PD는 mp3 음악 파일을 인터넷에 올려 가수로 데뷔했고, 박한별은 ‘얼짱’ 사진으로 배우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이나 음악 파일로는 부족하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동영상을 제작해 네티즌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 UCC 스타로 인정받으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다.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재미로’ 올려서 네티즌의 웃음을 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UCC를 통해 연예계로 진출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UCC 스타가 되려면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개그면 개그 등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UCC 스타가 된 후 여러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갈갈이’ 박준형도 웃긴 내복남·몸빼남 개그맨을 꿈꾸는 학생이 내복남이 된 것은 단지 ‘웃기는 게 좋아서’다. 그는 내복만 입고 학교(한국방송아카데미)에도 갔다. 학교 관계자는 “아무리 개그맨이 꿈이라지만 학교에 내복만 입고 오면 안 된다”면서 반대했다. 그는 학교 대신 길거리로 나갔다. 추운 겨울 얇은 내복(?)을 입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학생을 보고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친구도 내복을 입고 싶다고 했다. “그럼 너도 내복을 입어봐라”고 답했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서 내복남·몸빼남으로 듀엣이 됐다. 두 사람은 지하철에서 내복을 입고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보고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두 사람은 용기를 얻어 자신들의 모습을 UCC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다. 지난해 5월 내복남·몸빼남은 UCC 스타로 ‘떴다’. 여기저기에서 내복남·몸빼남을 찾기 시작했다. 10여 개가 넘는 인터넷 CF도 촬영했다. 대학교 행사 MC로 무대에도 섰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노래방 행사 MC를 맡기도 했다. 프로야구 SK와 두산 경기에서는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그라운드에서 내복을 입고 야구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이들의 인기는 공중파 방송 CF에도 발탁되는 영광(?)까지 이어졌다. 내복남 백두현씨와 몸빼남 김경학씨 이야기다.
마치 노홍철처럼 대단한 입담을 자랑하는(말의 빠르기도 노홍철과 비슷하다) 백두현씨는 “지난해 1월 내복을 사려고 1만 원을 들고 가게에 갔는데, 대부분 2만 원이었다”면서 “가게 아주머니가 얇은 내복을 그냥 공짜로 주셔서 그것을 입고 길거리로 나간 것이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의상 협찬(?)까지 받은 셈이다. KBS 개그콘서트에서도 이들처럼 개그맨이 내복을 입고 길거리로 나가는 코너가 있었다. 백씨는 “내복을 입고 길거리에 나선 것은 우리가 원조다”면서 웃는다. 백씨와 박준형은 미니홈피 1촌 관계라고 한다.
UCC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백씨는 “UCC 스타가 되려면 나만의 세상이 있어야 한다”면서 “쑥스러워하지 말고 미친 척을 해야 사람들도 인정해준다”라고 조언한다.
사투리 랩, ‘그놈 목소리’로 뮤지션이 된 J.Q UCC가 뭔지도 몰랐다. 영화 ‘그놈 목소리’를 보고 마음이 아파서 만든 랩을 mp3 파일로 만들어 올렸는데,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 노래가 아주 좋다고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려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많아서 ‘그놈 목소리’라는 동영상을 처음 촬영했다. 디카로 찍은 것을 친구가 편집해줘서 올렸는데, 대박이었다. UCC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 줄 몰랐다. 결혼식장에서 랩으로 축가를 불러준 것, 사투리로 랩을 하는 모습, 달팽이 랩 등을 촬영해서 올렸다. 이제 이재광이라는 이름보다 J.Q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5~6곳의 기획사에서 계약하자고 제안을 해왔고, 기업행사, 연말파티, 백화점 행사 등 다양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다. 1주일에 2~3건의 행사 초대가 있을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만큼 돈도 벌고 있다.
J.Q는 “연기를 전공했는데, 졸업 후에 앞길이 막막했다”면서 “그런데 UCC 스타로 뜨면서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혼자 음악을 만들고 감상했지만, 지금은 UCC를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다. 얼마 전에는 디지털 싱글 ‘J.Q music Q’를 발표했다. 곧 기획사와 계약하면 가수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J.Q는 UCC 스타가 되려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하고,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팝핀과 요요의 절묘한 조합으로 인기 끈 김병주 부산에서 알아주는 춤꾼이었다. 부산에서 축제가 열리면 단골로 초대받을 정도다. 하지만 가수가 되고 싶었고, 불현듯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 계약한 기획사 사람들이 어느 날 모두 사라져버렸다. 사기당한 것이다. 또 다른 기획사와 계약했지만 가수 데뷔의 꿈은 이루지 못했고, 그곳에서도 나와버렸다. 큰 기획사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접 UCC를 만들어 기획사에 돌릴 생각이었다. 기존 춤의 틀에서 벗어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 ‘팝핀 요요댄스’를 만든 계기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혼자 촬영했다. 편집도 프리미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기획사에 돌리기 전에 춤 장면만 잘라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 덕분에 SBS 스타킹에 출연했다. 녹화는 끝난 상태고 11월 셋째, 혹은 넷째 주에 방송될 예정이다. 비밀이지만 스타킹에서 우승도 했다. 그리고 JYP엔터테인먼트 오디션도 얼마 전에 봤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합격했으면 한다.
“인기를 끄는 UCC를 만들려면 의상도 마련하는 등 노력해야 하고 확실히 만드는 것이 좋다”고 김병주씨는 말한다.
뮤직 비디오 한 편으로 디지털 싱글 앨범 낸 Cas.P Cas.P의 전신은 대학가요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건국대 힙합동아리 선·후배 4명이 모인 Dream Boyz다. 몇몇 대학가요제 본선에 진출했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 대학가요제가 끝났지만 팀을 해체하는 것이 아쉬웠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몹시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4명의 멤버는 다시 Cas.P로 뭉쳤다. ‘Cast Your Passion’(너의 열정을 던져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무대가 없었다.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UCC였다. ‘짝호감’이라는 뮤직비디오를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의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Cas.P는 동료의 군대 문제로 2명으로 줄었다. 지금은 수의대 선·후배인 박재현씨와 이현아씨가 활동 중이다.
“취미로 시작한 동아리활동이 전공(수의학과)을 고민할 정도까지 됐다”면서 “디지털 싱글을 내면서 본격적인 가수 활동도 고민하고 있다”고 이현아씨는 전한다. 그만큼 UCC는 그들의 인생을 새롭게 계획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