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이주민에게 고국 책 전달하는 ‘책날개를 단 아시아’ 캠페인

인천의 이주민도서관인 ‘꼬마도서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어로 된 책을 보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경기 부천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아메드씨(29). 파키스탄에서 온 그의 유일한 낙은 고국의 언어(우르드어)로 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마다 인천 가좌동의 이주민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관엔 오래되고 낡은 책들뿐이지만 아메드씨는 책 한 권 한 권을 외우기라도 할 것처럼 읽고 또 읽는다.
아메드씨와 같은 이주민들에게 독서 기회를 넓혀주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 혹시 올 여름 동남아시아 여행을 계획한 ‘당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름다운재단은 7월 23일부터 ‘책날개를 단 아시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권 여행자로부터 해당 국가의 도서를 기증받겠다는 게 재단의 생각. 재단은 기증받은 책들을 부천·인천·용인 등 이주민이 많은 9개 지역의 이주민도서관이나 이주민지원센터에 전달하기로 했다. 아시아지역을 여행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면 홈페이지(www.beautifulfund.org)를 통해 도서 구입비를 기부할 수 있다.
재단은 현재 국내 거주 이주민 55만 명 중 90%가 아시아계열이라는 데 주목했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한국에서 ‘외국도서’란 영어로 쓰인 도서만 말한다는 것. 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경기도의 도립중앙도서관이나 인천광역시의 부평도서관에서 외국 서적은 영어 도서뿐이다. 아름다운재단의 윤정숙 상임이사는 “아시아 이주민들은 한국 문화로의 일방적 흡수·동화를 요구받는 경향이 있다”며 “그들이 우리만의 문화에 강요당하지 않고 자국의 언어와 책,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8월 17일 현재, 참여자는 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처음부터 2000여 권을 기부키로 약속했고 투어익스프레스는 책을 기부하는 여행자 중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기로 했다. 얼마 전에는 한국외국어대 태국어과 학생들이 태국 잡지를 한 박스 보내왔다.
인터뷰 | 호치민시 거주 김소현씨 “저도 베트남에서 한국 책이 그리워요” ![]() 베트남 호치민시의 홍방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김소현씨(25)는 얼마 전 아름다운재단에 베트남 동화책을 기부했다. 그는 “타향살이를 해봐서 고국의 책이 그리운 심정을 안다”고 말했다. - 캠페인에 참여한 계기는. “베트남에서 저도 늘 한국 책이 그리워요. 그래도 전 비교적 쉽게 한국 책을 구해볼 수 있는데도 한국 서점과 도서관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제가 이런데 한국에 있는 이주민들은 어떨까 싶었어요. 이주민 문제에 대한 관심은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으면서 생겼죠. 일제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와이 같은 곳으로 일하러 가서 고생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 무슨 책을 전달했나. “베트남의 예쁜 동화책을 모아둔 게 있었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팝업북으로요. 그걸 베트남에 오신 어머니 편에 보냈죠. 이주민 2세들도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또 저처럼 동화책을 좋아하는 어른도 있을 것 같았죠. 참 그리고,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친구들에게 캠페인 참여를 권유하고 싶네요. 얘들아, 여행 다녀오면서 서점이나 편의점에서 책도 한 권 사오렴.” |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