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만 껴안는 당이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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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은 나무만 껴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요? 저 역시 그런 인상이 있었지만 지난 6월 8~11일 동안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 녹색당 총회를 참관한 이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생태위기·기후위기를 고민하는 회의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정의와 평화를 위해 고민하는 모임이 여럿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저개발 국가, 그중에서도 취약계층한테 가장 큰 타격을 줍니다. 기후위기가 사회정의의 문제이자 인권의 문제라는 뜻이죠.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다양성 존중도 녹색당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조지아에서 온 타말 자켈리는 “누군가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싸운다면 홍수나 산불 같은 재난이 닥쳤을 때 그에 맞서 단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기후위기와 같은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건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실제 총회 장소 여기저기에서 생면부지인 사람들이 말을 트고, 녹색정치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전 세계 녹색당은 2001년 이후 5년마다 총회를 엽니다. 올해 열린 총회가 다섯 번째입니다. 아프리카와 남미, 태평양의 섬나라 등 평소 거리가 멀어 흔하게 만나지 못했던 이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총회장을 거닐다 보니 흡사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숲이 파괴되고, 원주민을 쫓아낸 자리에서 석유와 석탄을 계속 채굴합니다. 마치 이번 생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낌없이 자원을 빼다 쓰고 있습니다. 나를 넘어 인류, 그리고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 나아가 그 후속 세대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찾아야 합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인류는 어느샌가 지구를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됐습니다. 지구는 거칠어진 기후로 그 바이러스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과정 끝에 지구는 인류에게 달갑지 않은 새로운 ‘평형’에 도달할지도 모릅니다. 녹색정치가 지구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한 이유입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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