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투성이가 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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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진흙투성이가 된 일상

“집안에 냉장고도 다 넘어지고 쓸 수 있는 물건이 없어.” 대피소에서 돌아온 한 주민이 말했다.

지난 7월 10일 새벽 충청권과 전라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방(정뱅이)마을 인근 제방이 무너졌다. 불어난 빗물은 무너진 제방을 넘어 삶의 공간으로 밀고 들어왔다. 논밭을 집어삼켰고, 도로와 주택에 토사를 밀어넣었다.

시간이 지나며 빗줄기가 약해지자 대피했던 30여명의 주민 중 일부는 토사로 뒤덮인 집안의 가재도구를 정리했다. 방바닥은 뻘밭으로 변했고, 냉장고와 침대 등이 모두 넘어졌다. 손댈 수 없이 망가진 집안을 살펴보던 주민들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만 한참 바라보다 다시 집을 떠났다. 발에 진흙이 묻은 개 한 마리가 마당 한쪽에서 무너진 제방으로 잠긴 논을 향해 짖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 시간당 146㎜의 폭우가 쏟아진 이번 집중호우로 충청권과 전라권에는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고 기관별 대응에 나섰다. 중대본에 따르면 일시 대피한 이재민은 2585세대 3568명에 이른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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