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
지난해 10월 SPC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뒤 6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말했다. 하지만 불과 10개월 만에 다시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8월 8일 SPC 계열사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분할기(반죽기) 볼트를 조절하다가 위에서 하강하는 배합 볼(bowl)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그는 지난 10일 숨졌다.
지난 8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사고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을 찾아 사고 경위를 보고받고 재해 현장을 시찰했다. 환노위원들은 시찰 결과 사고가 난 볼이 상승·하강할 때 울려야 할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샤니 측은 의원들이 사고 경위를 보고받는 자리를 언론에 공개한다고 했지만, 시작 5분 전까지도 회의장 입구에서 취재진을 막았다. 사고 현장은 취재진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앞서 11일에는 사전 협의가 됐음에도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있다”며 정의당 의원들의 현장 방문을 가로막기도 했다.
사고 경위를 설명한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가슴에는 ‘근조’라고 적은 검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셔츠에 매달린 근조 리본이 무척이나 얄팍해 보였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