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부터 다시 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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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초등교사들의 분노가 들끓자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이 앞다퉈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정당한 생활지도의 범위와 방향을 제시하는 고시안을 오는 8월 중 마련하고, 학부모 민원을 학교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교사면담 사전예약제, 민원인 대기실 운영, 법률 분쟁에 이르기 전 중재를 위한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의 방안을 내놨습니다. 학교 전화기를 녹음이 가능한 제품으로 교체하고 통화 연결음을 설정하는 사업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취재 후]교육의 목적부터 다시 물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나온 대책들은 대체로 ‘갑질 학부모’가 교사를 함부로 괴롭힐 수 없도록 절차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엔 이런 제도조차 없어서, 교사가 일부 학부모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일을 막을 수 없었지요.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몇몇 절차와 지침들로 교사의 인권, 교육자로서의 고유 권한이 침해되는 현상을 제대로 고칠 수 있을까요.

지난주 표지 이야기 ‘무엇이 초등교사를 좌절케 하는가’의 취재를 위해 7명의 초등학교 교사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각자 생각하는 대책을 여쭸는데요, 한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교육의 목적이 뭔지부터 사회적으로 정립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초등교사의 인권과 교육권 침해는 ‘초등 교실의 붕괴’와 맞물린 문제입니다. 모든 교육활동의 쓸모가 대입을 기준으로 평가받는 한국사회. 초등학교는 대입과 가장 거리가 멀 뿐 아니라 학업성취 평가 기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지요.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교사의 ‘교육자로서의 고유 권한’을 가볍게 여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어쩌면 이 질문부터 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교육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더 풍성해지길 기대해봅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취재 후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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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