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복귀 박희영 ‘주민소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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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1년인 7월부터 투표 청구해 면직 결정 가능

유권자 15% 동의로 투표, 3분의 1 투표해야 개표

지난 6월 7일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던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박 구청장의 보석 신청 사유는 참사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공황장애 등이다. 석방된 박희영 구청장은 구청장 지위를 회복해 6월 13일부터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경로당 등을 방문해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등 지역정치 활동에도 나섰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에 따라 지난 6월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에 따라 지난 6월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159명이 목숨을 잃은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8개월이 지났다. 박희영 구청장은 인파가 몰릴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사전 대책을 세우지 않고 당일 현장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찰·검찰 수사 과정에서 용산구청의 참사 당일 부적절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형사법상 책임을 묻는 사법부의 판단은 지연되고 정치적인 책임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역 시민단체인 용산시민연대는 박희영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준비 중이다.

용산시민연대, 주민소환제 준비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임기 만료 전 지역 주민들의 투표로 면직시킬 수 있는 제도다.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임기 개시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주민소환투표의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박희영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가능해졌다. 이원영 용산시민연대 대표는 박희영 구청장을 비롯해 누구도 책임지고 사퇴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뻔뻔함을 강화하는 정치구조”라고 비판하며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소환의 요건은 까다롭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청구하려면 지역 유권자의 동의를 15% 이상 받아야 한다. 동의 요건이 충족되면 투표에 부쳐지는데,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개표할 수 있다. 주민소환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보통 투표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투표거부 운동을 전개한다. 그 결과 투표가 실시돼도 개표로까지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개표 조건을 충족하면, 개표 결과 유효 투표의 과반이 찬성해야 자치단체장이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주민소환제 시행 이후 2021년 말까지 추진된 126건의 주민소환에서 투표까지 이어진 경우는 11건, 개표까지 이어진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이원영 대표는 “용산구의 경우 약 3만명에 가까운 주민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은 위임인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다”라며 “주민소환투표운동도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주민소환을 알리고 서명을 받는 과정에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워낙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투표까지 가기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까다로운 조건에도 용산시민연대가 주민소환을 준비하는 이유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미온적인 재판부와 정치권에 시민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원영 대표는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와도 박희영 구청장은 항소를 하리라고 본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임기 내내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재판부가 주민소환 전개 상황 등 여론을 무시한 채 판결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법원은 박희영 구청장을 비롯해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의 보석 청구를 잇따라 인용했다. 유족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천윤석 민변 이태원참사TF 변호사는 “1심 구속기한이 6개월이다. 박희영 구청장을 비롯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등 주요 사건이 지금 하나의 형사부에 몰려 있다. 구속기한 안에 증인신문을 마치는 일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라며 “이 사건들은 재판부가 일반 형사사건처럼 처리해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특히나 구속기한을 준수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재판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해도 민감한 사건의 경우 여론과 정치적인 향배에 무관하기 어렵다”라며 “대외적으로 ‘죄가 없어서 석방되는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유가족으로선 굉장히 화가 나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박희영 구청장을 용산구청장 후보로 공천한 국민의힘 또한 박 구청장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만장일치로 박 구청장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징계가 지지부진한 사이 박 구청장은 지난 2월에 탈당계를 제출했고, 탈당처리가 됐다. 국민의힘은 탈당한 상황에서 당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며 물러섰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국민의힘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감이 안 되는 사람을 공천하고 당선시킨 권영세 통일부 장관(용산구 국회의원)이 책임지고 사퇴시켜야 한다”며 “지금 박희영 구청장이 구청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이런 상황에서 구청장직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희영 사퇴는 내년 총선 여당에 악재

지역 정치권에서는 박희영 구청장의 사퇴가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만약 박희영 구청장이 사퇴하게 되면 10월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준석 용산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면 주목도가 큰 선거가 될 텐데, 국민의힘 쪽에서는 총선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관저가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용산구청의 업무협조가 필요한 상황이 부각되기도 한다. 국민의힘이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야당 구청장이 당선되면 대통령실로서는 이래저래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성철 소장은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실이 중요한지, 국민이 중요한지 판단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용산시민연대는 오는 10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본격적인 주민소환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원영 대표는 “박희영 구청장은 탈당했지만 이후 분위기가 바뀌면 다시 입당할 것으로 본다. 행정가의 무능은 정치구조에서 나온다”며 “정치권력이 시민의 눈치를 볼 수 있도록 어렵지만 전략을 잘 짜서 주민소환을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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