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달아오르는 ‘개 식용’ 논란… 종식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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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위원회 “종식 흐름 인식에 공감” 성과

업계 측 “10~20년 후 종식, 전·폐업 보상” 목소리도

‘개 식용’ 논란은 언제쯤 끝날까. 특히 여름이 되면 날씨만큼이나 논쟁은 뜨거워진다. 개 식용 문제는 현행법과 문화적 특수성 사이에 놓인 채 지난 수십년간 방치됐다. ‘사회적 합의’가 이유였다. 정부의 묵인 아래 개 식용업에 종사해온 이들의 생계 문제도 걸려 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의 한 건물에 2021년 10월 5일 ‘개 잡는 선진국,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의 한 건물에 2021년 10월 5일 ‘개 잡는 선진국,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는 개 식용을 둘러싼 갈등을 종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민관이 참여하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개 식용 종식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다만 개 식용 종식 시점 등의 쟁점을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시 여름이 다가온다. 이번 삼복은 조용히 지나갈 수 있을까.

현재도 단속·처벌 가능

우선 개고기를 조리해 판매하는 행위는 지금도 불법이다.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의 원료 등을 결정해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 공전)을 고시하고 있다. 식품 원료로 쓸 수 있는 식육류는 소, 돼지, 양, 닭, 토끼, 말고기 등 13개 품목이다. 개고기는 해당하지 않는다. 고시에 없는 원료를 이용한 음식은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제조, 가공, 조리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위반하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개고기의 조리·판매가 불가능해지면 개농장도 문을 닫고 개 식용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개 식용에 반대하는 쪽은 그간 식약처가 현행법에 따라 단속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식약처에는 특별사법경찰이 있어 직접 수사까지 할 수 있다.

식약처도 불법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주간경향의 질의에 “개고기는 식품 원료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조리·판매는 적법하지 않은 행위가 맞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단속하지 않는 것일까. 이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개고기를 계속 먹어왔기 때문에 특수성이 있다”며 “사회적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단속을 하면 너무 많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축산물위생관리법도 개 식용 문제와 연관된다. 이 법은 축산물의 위생적인 관리를 위해 사육·도살·처리, 가공·유통·검사 등에 필요한 사항을 담고 있다. 가축의 정의에 소, 돼지, 말, 양 등은 포함돼 있지만 개는 빠져 있다. 개 농장이 위생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활동하는 최윤정 활동가의 말이다. “잔인함을 떠나 개 도살장에 가보면 구더기가 들끓는다. 개를 썩은 물에 담갔다가 껍질을 벗겨 납품한다. 마스크를 2개 써도 숨쉬기 힘들 정도다. 소나 돼지 등은 법에 항생제 규정이 있어 일정 용량 이상 투여하면 안 된다. 개는 그런 게 없다. 개에게 항생제를 과다 투여하는 사례도 실제 있다. 열악하고 더러운 환경에서 키우고 도살하다 보니 질병에 걸린 개들도 많다. 점검이 안 된다. 이런 사실을 알면 못 먹는다.”

개고기를 파는 사철탕집 간판 / 경향신문 자료사진

개고기를 파는 사철탕집 간판 / 경향신문 자료사진

“개 식용 종식에 공감대 형성”

개 식용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정부의 관계부처, 동물보호단체, 개식용업계, 전문가 등 21명으로 꾸렸다. 위원회 총괄 및 간사 역할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맡았다. ‘개 식용 관련 국민 인식조사’, 식용견 사육·유통의 실태조사 등을 벌였다. 정부 차원에서 개 사육 현황을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논의 내용 일체를 비공개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당초 지난 4월까지 결론을 낼 계획이었다. 그러다 6월 말까지 두 달 더 연장키로 했다. 위원회는 지난 5월 기간 연장 보도자료에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 공감했다”며 성과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쌓은 위원들 간 신뢰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타협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쟁점인 개 식용의 종식 시점을 두고선 입장 차이가 크다. 특히 개 식용업계 측에서는 개 식용 종식 자체에 반대하거나 10~20년 후 종식, 전업·폐업에 따른 보상 등 여러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 식용업 관련 3~4개 단체가 위원회에 참가 중인데 단체별로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개 식용을 종식하더라도 유예 기간에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 도살 규정을 추가해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개 식용이 이뤄질 수 있게 조치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유예 기간 중에는 정부가 개 농장을 대상으로 제기되는 각종 민원에 대응하지 말라는 주장도 나온다. 농지법, 건축법, 가축분뇨법 위반 등의 각종 민원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개를 사육하는 한 농장주는 “개 식용 종식 유예 기간에는 아무 걱정 없이 개를 키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불법 행위를 해왔는데 앞으로 10년 이상 위법 행위를 눈감아 달라는 게 정당한 요구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가 지난 3월 입법예고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내용의 일부를 철회해 달라는 것도 육견단체의 요구사항이다. 개를 키우는 농장주들은 폐기물처리업 신고를 하고, 군부대 등에서 처리비를 받고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한다. 이 음식물쓰레기를 개에게 사료 대신 먹인다. 개 농장주 입장에서는 돈도 벌고 개 먹이도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다. 개정안은 음식물쓰레기를 가축 먹이로 재활용하려면 폐기물처리업의 신고가 아닌 허가를 받도록 했다. 조건이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가축은 사실상 개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에게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는 행위를 막으려는 게 개정안의 목적인 셈이다. 환경부는 개정 이유에서 “음식물폐기물은 배출·운반·보관 과정에서 쉽게 부패하는 등 관리가 어려워 가축 먹이로 재활용 시 위생적 처리에 한계가 있고 안전성의 우려가 상존한다”고 밝혔다.

개 농장주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생계에 큰 타격을 받는다며 반대한다. 이 때문에 환경부도 지난 4월 의견수렴 기간을 마쳤지만 후속 조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원회에서 이 사안이 거론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개 농장주 중에는 폐업에 따른 보상을 주장한다. 한 농장주는 “5년 안에 폐업하면 보상을 하고 5년 이후 폐업은 보상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다면, 개 농장의 70%가 사라질 것이다. 나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육견단체 회원은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위원회에 불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2년 1월 3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와인숍에서 열린 ‘개고기와 와인 시식회’에서 참석자들이 개고기와 함께 와인을 마시며 맛을 평가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2002년 1월 3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와인숍에서 열린 ‘개고기와 와인 시식회’에서 참석자들이 개고기와 함께 와인을 마시며 맛을 평가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위원회 운영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논의에서 어느 정도 쟁점이 명확해지면 관계부처의 의견을 취합해 정부의 입장을 정리한 뒤 밝혀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는 6월 말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위원회가 다시 한 번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개 식용 종식과 개 식용업 종사자의 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2월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한다.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아울러 개 식용업 종사자가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을 하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했다. 개 식용 금지 조항은 5년간의 유예 기간을 둔 뒤 시행한다. 개 농장이 전업·폐업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1980년대 ‘혐오식품’ 규정했지만

개 식용이 사회적 쟁점으로 본격 떠오른 건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서다. 1981년 제24회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확정되자, 미국과 유럽 등의 동물보호단체들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문제 삼았다. 보신탕 문화가 사라지지 않으면 올림픽 참가 거부 운동 등을 벌이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전두환 정부는 1984년 개고기를 비롯해 뱀탕, 토룡탕, 개소주 등을 ‘혐오식품’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암암리에 개고기 판매가 이뤄지긴 했다. 영양탕, 사철탕 등으로 간판을 바꾸거나 간판을 내걸지 않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식당도 생겼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한 보신탕집 주인은 “금년 복날엔 국회 보건사회위원회(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이 맛있게 드시고 갔고 단골 중엔 기관장 등 높은 사람이 많다”고 자랑했다.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는 1986년 정부 부처에 ‘개 식용 금지’ 협조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공문은 “공무원은 개고기를 먹지 않도록 할 것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도 개고기를 먹지 말도록 지도·계몽해달라”는 내용이다. 이는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의 한 임원이 한국에서 촬영한 보신탕 요리 과정 사진을 제시하며 “서울올림픽 보이콧은 물론 한국 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한 게 계기가 됐다.

서울올림픽을 마친 뒤 정부의 개고기 판매 단속은 다시 느슨해졌다. 보신탕집은 성업을 이뤘다. 정부는 올림픽 이듬해 개고기가 돼지고기·소고기에 이어 육류 소비량 3위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개 식용은 하나의 산업이 됐다. 1997년에는 개고기 체인점이 등장했고 ‘철판요리’, ‘바비큐’ 등의 메뉴도 생겼다. 2002년에는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과 개고기를 함께 시식하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반려견을 기르는 가구가 늘어나고 개 식용 관련 인식이 점차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폐업하는 개 농장도 늘어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현재 전국에 2000~3000개의 개 농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위원회의 발표처럼 개 식용 종식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간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손 놓고 있었던 만큼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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