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의 진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현 정부 진상규명 완수 못 해…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았다. 세월호 참사는 구할 수 있었던 304명이 국가의 잘못으로 희생된 대참사였다. 많은 이들이 나도 잠재적 피해자일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절대로 잊지 말자고 다짐하고, 피해자들과 더불어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책임소재를 밝혀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를 반정부 활동으로 규정한 박근혜 정부가 국가공권력 을 동원해 피해자와 시민을 매도하고 탄압했고,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그 후 5년이 지났다. ‘촛불 정부’를 표방하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한 달 남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어디까지 밝혀졌고, 대한민국은 그로부터 무엇을 배운 걸까?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 4월 6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생명안전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서한을 인수위 측에 전달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 4월 6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생명안전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서한을 인수위 측에 전달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촛불로 연 진실규명의 역사적 기회

“촛불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다짐도 세월호로부터 시작됐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정치인 개인의 특별한 소신이라기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의했던 많은 시민의 공통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수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압도적 다수 시민의 요구로 이뤄졌고, 여기에 당 시 여당(새누리당)의 일부도 초정파적으로 동참했기에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에는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에 벌어진 국가폭력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 중심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일 시적이나마 초정파적 동의가 이뤄져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진상규명 등에 우호적인 환경만 조성된 건 아니었다. 세월호와 관련된 기록들은 박근혜 정부 말기 상당수가 파기됐다. 그나마 남은 기록은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된 상태였다.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없이는 최소 30년간 열어볼 수 없다. 정치적 장애물도 만만치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이전 정부의 ‘적폐 청산’ 과정에 당시 여당과 지지자들은 정 치적 저항을 본격화했다. 진상규명 활동에 나선 피해자들과 시민들을 향한 당시 여당 지지자들 혹은 소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비난, 혐오 발언, 직접적 폭력이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진상규명 노력이 ‘반정부 운동’으로 규정되고 탄압당했다면, 문재인 정부에 와서는 ‘특권 추구’ 라는 정치적 비난에 직면하곤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과정, 당선 후 피해자들과의 면담 그리고 매년 참사 기억식 메시지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거듭 약속했다. 실제로도 많은 조사와 수사가 진행됐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등 전담특별기구를 통한 조사뿐 만 아니라 국정원, 군 기무사,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사법부 등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불법부당행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자체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국정원에 대해서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조사가 배제되고 자체 TF 에 의해 불투명하게 조사가 이뤄졌다. 이 자체조사는 국정원이 세월호 피해자와 시민들의 정보를 수집한 행위는 불법으로 볼 수 없고 처벌도 할수 없다는 입장에 따라 이뤄졌다. 이러한 소극적 해석은 수사에도 이어졌다. 검찰은 국정원과 기무사의 사찰행위가 “유가족들의 구체적 권리를 현실적으로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대다수 사찰행위를 무혐의 처리했다. 정보수집을 지시한 청와대 인사들도 기소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자신의 세월호 부실감사에 대한 자체감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징계나 수사의뢰도 없었다. 검찰 특별수사단도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검찰과거사위원회를 외부인사 중심으로 구성했지만 세월호 관련 청와대의 수사개입 등을 조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검찰 특별수사단의 재수사에서 이들 쟁점은 무혐의로 결론지어졌다. 경찰도 이전 정부의 직접적인 물리력 사용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 외부인사 중심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세월호 관련 사안은 다루지 않았다.

문대통령은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에 대한 수사지시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안 권력기구와 수사기구 그리고 입법으로 설립된 사참위 등 특별조사기구의 자율에 맡기는 입장을 견지했다. 결과적으로 권력기구의 기득권을 깨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진실을 성역 없이 드러내고 책임을 규명하는 데 큰 한계를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 재조사가 직면한 성역

사참위가 출범했지만 정부 권력기구들이 사참위와의 정보공유와 조사에 제대로 협조 하지 않았다. 이에 항의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이 청와대 농성에 돌입하자 뒤늦게 대통령과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이 국정원 및 군의 세월호 관련 정보에 사참위가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특조위 조사 협조 약속 이후에도 국정원은 ‘세월호’ 단일 키워드로 검색된 문건에 한해서 만 목록을 작성하고, 이 목록의 공개를 거부하다가 여론의 압박을 받은 후 68 만개의 목록에 대한 사참위의 방문열람을 허용하고 있다. 목록을 검토한 후 사참위가 요구한 정보에 대해서도 내부 TF 의 검토를 거쳐 상당량을 비식별 처리하거나 비공개한 후 제한적으로만 방문열람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국가안보, 출처 보호 등의 명목으로 비공개 된 문건만 12만건에 이른다. 뒤늦게 정보공개를 약속한 군 역시 선박 위치를 추적하는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의 열람을 허용했으나, 표시된 데이터에 대한 사참위의 검증은 거부하고 있다.

사참위가 수사권을 가지지 못한 것도 한계점이다. 피해자와 시민이 수사권을 보유하지 않은 사참위를 대신해 전면 재수사를 진행할 특별수사단의 구성을 촉구한 끝에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9년 말의 일이다. ‘백서를 쓰는 심 정으로’ 전면 재수사하겠다고 약속한 검찰 특별수사단은 1년여 수사 끝에 검찰수사 외압 의혹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안에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특별기고]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의 진실’

끝내 가로막힌 대통령 기록물 조사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된 세월호 기록의 공개를 국회에 요구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10만 국민동의 국회청원을 통해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국회에 청원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결의안 발의가 이뤄진 상태지만, 아직 상임 위에 계류된 채 통과를 위한 논의는 멈춘 상태다. 야당(국민의힘)은 이 결의안을 반대해왔다. 그 결과 세월호 참 사 당시 청와대 중심의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에 대한 조사와 진단이 종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지금도 베일에 싸여 있다.

결론적으로 8년이 지났지만 진실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성역도 깨지지 않았다. 사참위의 활동 기한이 몇개월 더 남아 있지만, 여전히 발생 원인, 당일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고, 참사 이후 피해자들과 시민들에게 가해졌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서도 일부만 조사됐을 뿐이다. 남은 몇개월 동안 아직 남은 숱한 성역에 대한 조사가 완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단이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무혐의와 불기소로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몇 몇 해경지도부를 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법원의 소극적 법해석과 검찰의 의지 부족으로 유죄를 확정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아 직까지도 참사 당일 구조하지 않은 책임에 관해서는 구조 세력의 말단 해경 123정장 외에는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어난 국가폭력이 다른 사 건 수사과정에서 일부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지만 전방위로 자행된 국가폭력의 진상이 온전히 밝혀지지도, 사찰과 공작을 지시한 공권력 남용의 책임자들이 응분의 처벌을 받지도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진상규명 작업이 무의미했던 건 결코 아니다. 최소한 우리는 참사 당일 국민을 구하는 일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진실을 가리고 피해자들을 핍박하는 일에는 총동원돼 거대한 힘을 드러낸 국가를 보았다. 세월호 참사와 이후 과정 에서 동전의 양면처럼 드러난 나를 지키는 국가의 부재, 그 ‘없음’을 확인하고 그 의미를 사회적으로 공유해 대책을 합의 하는 일은 아직 완수되지 못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만큼 중요할 수 있다. 지난 8년동안 진상규명 작업이 겪어온 제약만큼이나 이 참사의 의미와 대책에 대한 사회적 토론 역시 지체돼왔다.

윤석열, 세월호 피해자에게 사과할까?

문제는 이런 과정이 윤석열 당선인의 집권 이후에 가능할지 여부다. 다시 여당이 된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시민들의 노력을 반정부 활동으로 간주해 외면하거나 핍박하고 사참위 등을 ‘세금도둑’으로 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있다. 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윤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뒤 반드시 할 일 중 하나는 세월호 참사와 그후의 국가폭력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피해자와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일이다.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는 세월호 참사에 관해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풀어야 할 첫 번 째 매듭이다. 이 사과를 통해 정부와 여당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관련 활동에 대해 정치적으로 보복하거나 피해자들이나 시민들을 매도하고 핍박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점도 분명히 약속해야 한다. 특히 대선 기간에 혐오를 선거전략에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윤 당선인 스스로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를 용납하지 않을 것을 확약해야 한다. 이것이 윤 당선인이 풀어야 할 두 번째 매듭이다.

윤 당선인이 풀어야 할 세 번째 매듭은 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회복과 치유가 온전히 이뤄지도록 정부, 여당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부가 보유한 기록을 모두 공개할 것을 약속하고, 봉인된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기록 물, 국정원 등 국가기구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기록 등을 공개해야 한다. 독립적인 조사 기구인 사참위 조사 활동 결과보고서의 제안과 권고를 수용·이행하 고, 사참위가 다루지 못하거나 충분 하게 조사하지 못한 과제들을 피해자들과 상의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태호 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