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후 조리’ 유튜브 미니돼지의 실제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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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죽은 유튜버.” 9월 1일 인터넷에 공유된 모자이크된 사진이다. 통구이가 된 새끼돼지 사진이다. 맥락을 모르면 모를까,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사진이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100일 후에 먹히는 돼지(100日後に食われるブタ)’라는 이름의 일본 유튜브 채널이 개설된 것은 지난 5월 25일이었다. 100일부터 카운트하며 매일 하나씩 영상을 올리는 V로그형식이었다. 화면 가운데 돼지가 있고 “나는 집안의 아이돌, 미니돼지 칼씨(남자아이)입니다”와 같은 자막이 나온다. 키우는 이의 모습은 거의 잡히지 않고 돼지를 주인공 삼아 그날그날의 일을 올린다. 칼이라는 애칭을 붙였지만, 영상제작자 측이 공개하고 있는 프로모션 팸플릿에 따르면 ‘갈비’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한국음식 이름에서 따온 것, 맞다.

100일간의 영상을 보면 이 돼지는 자신을 키우는 주인과 꽤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누리꾼의 관심은 과연 100일째 되는 날인 9월 1일, 잡아먹는 것이 실행될 것인가라는 데 모아졌다.

논란 당일, 유료회원들에게 공개된 프리미어 영상의 표지이미지는 통구이 사진이었다. 논란이 가중된 가운데 이날 저녁 9시께 100일째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을 보면 ‘갈비’씨는 반려동물 이동장에 실려 어디론가 떠난다. 돌아온 주인은 차 트렁크에서 포장된 종이상자를 내놓는데, 그 안엔 도축된 새끼돼지가 들어 있다. 영상의 주인공은 돼지를 바비큐그릴에 구운 다음, 발라낸 돼지의 뼈 앞에서 기도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먹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정말 ‘갈비’씨는 100일 후 먹힌 것일까. 총 3분 15초짜리 영상의 3분 13초께 구석에 작은 글씨로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この物語はフィクションです)”라는 자막이 있다. 영상을 올린 날부터 10일째에 일본 주간지 ‘AERA’와 한 인터뷰가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의 동물보호법에 해당하는 일본의 동물애호관리법 위반 논란을 피하려 고문변호사와 상의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하니 실제 기른 미니돼지를 죽이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그는 이 인터뷰에서 주인으로서 정이 생기진 않냐는 질문에 “자신이나 사장이나 사람이기 때문에 애착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푸드 손실’을 없애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먹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의문은 저렇게 가정에서 키우는 돼지를 도살해 먹을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한국과 일본의 법체계는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식용으로 키우는 돼지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 또 허가받은 도축장에서 도살하지 않았다면 이것도 불법 아닐까. 농림축산식품부 농축산물위생품질관리팀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맞습니다.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농장에서 도축신청은 안 됩니다. 가축 질병 문제가 있으니 사육등록을 먼저 해야 하고요.” 개인이 사전에 등록해 관리를 받지 않고 ‘직접 먹기 위해’ 돼지를 기르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애매한 구석은 있다. 소의 경우 한마리씩 이력제를 시행하는데, 돼지는 농장단위로 관리한다. 개체별로 관리를 안 하기 때문에 도축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다. “대신 절차가 있어요. 마크를 부착해 어느 도축장에서 왔다는 것은 표시하게 돼 있습니다.”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의 말이다.

결론짓자. ‘100일 후에 먹히는 돼지’는 실제로 먹혔을까. 1)‘이 이야기는 픽션’이라는 자막이나 전문변호사 조력을 받은 것을 보면 길렀던 돼지 ‘갈비’씨와 바비큐를 한 새끼돼지는 다른 돼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갈비’씨의 그후 운명은 알 수 없다. 2)한국은 등록 없이 먹기 위해 돼지를 기르는 건 불법이다. 이웃나라에서 관심을 끌었다고 따라하진 말자.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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