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음주측정, 거부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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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가 담당하는 사건 중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A라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운전을 해 목적지에 갔다. 목적지에서 일을 보던 중 공황 증세가 와서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돌아가 술을 마셨다. 그런데 한두 시간 뒤 경찰이 와서 “대리기사가 신고를 했다. 아까 혹시 술 마시고 운전해서 목적지로 가지 않았냐”면서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A는 “운전한 게 언젠데 왜 내가 측정을 합니까”라고 이야기했고, 경찰은 이에 대해 음주측정불응죄 혐의로 조사를 했다. A는 음주측정불응죄로 처벌받게 될까.

오비맥주가 지난 9월 1일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새내기 운전자 대상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을 펼쳤다. 오비맥주 배하준 대표가 QR 코드로 ‘음주운전 안 하기 똑똑한 약속 캠페인’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다./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가 지난 9월 1일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새내기 운전자 대상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을 펼쳤다. 오비맥주 배하준 대표가 QR 코드로 ‘음주운전 안 하기 똑똑한 약속 캠페인’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다./오비맥주 제공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따르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제44조 제2항에 따른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않은 사람”은 1년 이하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는 주취운전 3회 이상,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주취운전자와 동일한 수준의 높은 처벌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다. 헌법 제12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고 체포, 구속, 압수, 수색을 할 때는 법률과 영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임의검문에 응하지 않는다 해도 그 자체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정도는 낮다 해도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음주측정은 거부할 경우 중하게 처벌하는 것일까? 법원은 이에 대해 “이 법의 목적은 음주측정을 강제하여 음주운전에 대한 입증과 처벌을 하기 위한 것이지, 측정불응행위 자체의 불법성을 처벌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다. 즉 음주운전이라는 위험한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신체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것이지 단속불응 자체가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만한 근거 없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운전자를 음주측정하는 것이 법률에 어긋난다고 보기도 한다. 미국에서 일반인에 대한 불심검문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신체의 자유는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지만, 그 범위는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아닌데 무작정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음주측정에 불응해도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엄격히 판단한다. 예컨대 호흡측정기 이전에 사용하는 음주감지기 시험에서 음주 반응이 나왔다는 점만으로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대법원 2002도6632), 운전을 하고 식당에 간 상태라면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기도 한다(울산지법 2019고정65). 그러므로 A에 대한 측정요구 또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상태의 측정요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음주운전은 모두를 위험하게 하는 큰 잘못이다. 그러나 이를 단속하려고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면, 음주운전은 줄일 수 있을지언정 민주공화국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개인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 그런 사회가 더 안전하고 좋은 사회였는지는, ‘사회질서 확립’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헌법상의 원칙을 훼손했던 우리의 과거만 돌이켜 보아도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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