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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은 여전히 1970~198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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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지적하는 복지시설의 횡령, 직장 내 괴롭힘

사건·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직원 탄압, 횡령, 기관장의 독선적 시설 운영은 잊을 만하면 언론에 보도된다. 모두가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바뀌는 건 없다. 사회복지법인·학교법인 등이 운영하는 사회복지관 이야기다.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 후원금 횡령 의혹이 최근 사례다.

전국 사회복지사들이 지난 6월 30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원진 기자

전국 사회복지사들이 지난 6월 30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원진 기자

서울시에만 1698개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서울시나 자치구가 사회복지법인 등에 위탁하고, 법인이 보조금을 지자체에서 지원받아 기관을 운영하는 구조다. 종사자는 1만4966명이다. 이중 직원이 5인 미만인 시설이 928개다. 전체 사회복지시설의 57%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통계는 사회복지시설의 난맥상을 뒷받침한다. 지난 5월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 1140명 중 49.2%가 사회복지시설 내 근무하며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도 다양하다. 사회복지사들은 종교의 자유 침해와 후원 강요, 시설과 무관한 법인 특수관계자의 개인 업무 요구 등을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 꼽았다. 사회복지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비민주적 리더십·기관운영(21.73%)을 들었다.

지난 6월 30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는 사회복지사 30여 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설 운영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이유로 기관에서 징계를 받거나 해고당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사회복지사들은 “헌신과 인내만 강요한다”, “끝없는 봉사와 노력만 요구한다”며 실태 개선을 요구했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사회복지시설에서 직장 내 괴롭힘·횡령 등이 반복해 일어나는 구조적 이유를 들여다봤다. 사회복지사들은 기관장과 법인에 권력이 쏠리도록 설계된 제도, 법인의 방관 혹은 지나친 개입, 관리·감독 주체인 지자체의 무책임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토론에는 강자영 지적장애인생활시설 도란도란 기획사업팀장, 김치환 대한성공회 사회복지재단 노조 지회장, 유영옥 서울시립 남부장애인복지관 노조 지회장, 이상훈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노조 지회장, 채준영 송천한마음의집 노조 지회장, 홍봉기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서울경기지역지회장이 토론에 참석했다. 토론은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법인의 기관 사유화 혹은 방관

사회자(기자) “10년 전, 서울 성북구의 한 복지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법인 이사진이나 지역 유지의 자녀들이 복지관에 다수 근무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업무 태도나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 복지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액 세비로 운영되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채준영 “지금은 해고됐지만 제가 있던 시설은 법인의 친인척을 비롯한 특수관계자가 주요 보직을 맡아 운영해왔다. 법인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있으니 힘도 셌다. 등산을 좋아하던 법인의 특수관계자는 예정에 없던 등산을 가자며 치료사들에게 당일 오전 갑자기 공지하곤 했다. 이런 일이 많게는 한 주에 세 번까지 이뤄졌다. 시설에 머무는 장애인분들과 함께 운동을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후원금에서 직원 급여를 지출한 일도 있었다. 규정상 금지된 것이다. 사실상 주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문제 제기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상훈 “반대로 법인이 방관해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특히 학교법인은 위탁시설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쉬운 구조다. 제가 근무하는 센터를 운영하는 총신대는 7개 위탁시설을 운영한다. 총신대 전체 법인사무국 직원이 국장 포함 3명이었다. 법인 국장하고 행정직원 두 명. 이들이 교내 법인 행정부터 법인 사무를 다 총괄한다. 위탁시설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법인이 임명한 간부가 여직원에게 소개팅을 강요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고 해도 법인은 처리를 미적거렸다.”

강자영 “성공회 재단이 운영하는 기관만 120개 정도 된다. 재단에서 기관 운영 업무만 맡아서 주체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만이 아니라 대부분 법인이 전담 관리자가 없다. 담당 국장이 있고, 담당국 직원도 2~3명 있는데 일일이 챙기지 못한다. 이때 기관장에게 권력이 집중된다. 정작 복지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복지관만의 문제로 축소한다. 전임 기관장이 직원들을 괴롭혀 물러났는데도 재단에서는 ‘대기발령 자체가 징계 아니냐’는 식으로 공식 징계 내리는 것을 저어하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의 무한 반복이다.”

유영옥 “법인의 묵인 아래 기관장의 장기 집권 체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기관장이 현재 바뀌지 않고 15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이상훈 “어쨌든 별정직인 기관장은 법인의 필요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고, 반대로 잘 보이면 오래 버틸 수 있으니까.”

사회자 “지난 5월 서울시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해결방안으로 외부기관의 구제조치 강화, 법인 친·인척 채용 절차 감독 강화 등이 나와 있다. 사회복지관은 구비·시비·국비 등 전액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현재 지자체나 정부의 견제와 통제 장치는 없는 건가.”

홍봉기 “시청이든 구청이든 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개입을 꺼린다. 권한이 없다고 하거나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복지관이 어떻게 해서든지 굴러가는 게 중요하다. 지자체는 법인이 ‘운영 권한을 반납하겠다’고 말하는 상황을 싫어한다.”

사회복지사들의 노동 실태를 그린 삽화 /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제공

사회복지사들의 노동 실태를 그린 삽화 /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제공

강자영 “문제를 좀 풀어달라고 시에도 전화했다. 시에서는 ‘우리도 법인에 위탁했다. 관여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돈 문제가 얽힌 횡령이 아닌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문제는 시에서 개입하기를 꺼리는 게 느껴진다. 풀기 까다롭고 애매한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채준영 “제가 있던 시설은 경기도에 있고, 법인은 서울 영등포구에 있다. 영등포구가 법인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구조인데, 법인 설립 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가 영등포에 있다. 규모도 꽤 크다. 영등포구가 얼마나 법인과 시설을 관리·감독할 수 있을지 솔직히 신뢰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

홍봉기 “지자체는 사회복지사들의 문제 제기보다 법인 민원을 더 무서워한다. 채준영 지회장의 사례처럼 법인이 지역사회에서 갖는 힘이 세기 때문이다. 법인이 구청에 ‘왜 중립을 안 지키느냐’고 따진다는 이유를 사회복지사들에게 들면서 구청은 뒷짐 진 관전자를 자처하기도 한다.”

내부 견제 없고 권력은 집중

사회자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법인 내지는 기관장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구조로 보인다. 내부 견제 시스템이나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은 건가.”

김치환 “전임 기관장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다. 기관장 자녀가 갑자기 주말에 봉사를 오겠다는 거였다. 마땅히 봉사할 일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난처하다고 전했다. 팀장 회의에서는 기도를 하자고 갑자기 제안해서 ‘그건 안 된다’고 한 적도 있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인 기관장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려고 한다. 이때 건건이 통제할 수 있는 건 직원뿐이다.”

이상훈 “기관에서 사실상 최고 의결기구는 운영위원회다. 기관마다 운영위 구성 지침은 다소 다르지만, 대부분 법인 내지는 기관장이 지목하는 직원이나 기관장이나 법인이 추천하는 외부 인사로 채워진다. 규정 변경 등도 사실상 기관장과 법인 입맛대로 하기 쉬운 구조다. 운영위 의결을 한 다음 법인 이사회만 통과하면 규정도 금방 바꾼다.”

홍봉기 “우리 복지관은 운영위원장이 법인에서 온 교회 장로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신자가 아닌 직원들이 주말에 교회 행사에 반강제로 참여했을 만큼 교회가 운영하는 법인의 영향력이 크다.”

강자영 “더 큰 문제는 인사위원회다. 대부분 기관에서 기관장이 인사위원장을 겸한다. 기관장 입장에서 문제 제기한 직원을 가장 억누르기 쉬운 방법은 인사위에 회부해 징계를 하는 것이다. 인사위원회 구성도 기관장 제청으로 이뤄지는 기관이 대부분이다.”

이상훈 “인사위 규정도 상당 부분 모호하다. 예를 들어 ‘센터의 운영을 방해하는 언행을 한 자’를 징계할 수 있다. ‘기타 이에 준하는 행위로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도 징계 대상이 된다. 사실상 기관장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징계할 수 있는 구조다.”

채준영 “지난 6월, 시설 운영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나를 포함해 사회복지사 5명이 해고됐다. 나는 이번이 두 번째 해고다.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해고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시설 측에선 정당한 사유라고 주장하지만 해고 사유를 보면 소란을 일으켰다는 등 찍어내기 소지가 다분한 측면이 있다.”

홍봉기 “업계의 평판으로 사회복지사를 압박하는 경우도 많다. ‘판 좁은데 문제 제기하지 마라’,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다른 복지관에서 면접을 보면 전에 일했던 곳에 성향 등을 체크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 성북구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은 노조가 사측과 교섭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김원진 기자

서울 성북구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은 노조가 사측과 교섭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김원진 기자

이상훈 “노조를 만들 때 노조가 있는 유일한 청소년 시설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가 다 같이 망하는 일이다’라는 회유 아닌 회유가 있었다. 노조가 있는 유일한 청소년 시설이 되면 이직과 승진에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윗선의 압박도 공공연하게 받았다.”

홍봉기 “사회복지사협회가 제대로 된 구실을 못 해 사회복지사들이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도 윤리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기관장을 윤리위에 회부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는 옳지 않은 것에 저항하라는 취지의 문구도 있다. 그런데 지금 협회가 실질적으로 사회복지사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을 보면 ‘사회복지사는 기관의 부당한 정책이나 요구에 대해, 전문직의 가치와 지식을 근거로 대응하고 즉시 사회복지윤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전문직 내 다른 구성원이 행한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제반 법률규정이나 윤리기준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권한 분산만이 해결책”

사회자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복지시설을 둘러싼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각자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얘기해달라.”

이상훈 “사회는 민주화됐는데 복지관 등 기관은 여전히 1970~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기관장의 권한이 인사·운영·경영 모두 장악할 정도로 너무 세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권한 남용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기관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법인을 통제할 별도의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은 개인의 권한이 너무 큰데 서울시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채준영 “내가 있던 시설은 서울시와 복지부가 재원을 50%씩 지원해 운영되는 곳이다. 정부가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시설이 운영되는지 감시할 권한이 있다. 언제까지 기관이나 시설 내부 직원들의 폭로만으로 문제가 드러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부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감시 강화에 나서야 한다.”

유영옥 “10년 넘게 관리·감독해야 하는 지자체에 민원도 넣고 제보도 넣어봤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지만 큰 성과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서울시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든가, 아니면 최근에 생긴 사회서비스원 같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는 기본적으로 기업처럼 큰 형식을 요구하는 분야가 아니다. 복지 서비스는 공공부문의 통제를 받는 게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본다.”

홍봉기 “서울시에 있는 1600여 개 시설 중 종합사회복지관 98곳에 투입되는 올해 예산만 1015억원이다. 전부 세금이다.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사회복지시설 운영위가 거수기가 아닌 실질적으로 법인과 기관장을 견제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구청 단위에서 운영위원을 파견해야 하고, 법인 쪽과 같은 수로 사회복지사 직원들도 운영위 구성에 포함시켜야 한다. 인사평가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기관장은 직원 평가를 한다. 반대로 직원들이 기관장을 평가하는 제도는 없다.”

김치환 “제가 생각하는 건 좀 극단적인 아이디어이긴 하다. 저는 기관장이 없어도 된다고 본다. 한 해 평균 5000만~6000만원 받는 기관장 없이 운영위원회를 실효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비상임으로 권력을 최소화한 기관장을 임명할 순 있겠다. 운영위를 지역주민 대표, 종사자인 사회복지사 대표, 인권 전문가, 법률 전문가로 구성해 이들에게 운영 권한을 일임하는 방식이 좋다고 본다. 지자체도 운영회 구성을 엄격하게 심사해 사실상 지자체와 운영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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