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면에서 유효한 방역은 사실상‘물리적 거리 두기’가 유일합니다.
이 캠페인 덕분에 두 달 사이 일터의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활성화됐습니다. 누군가는 코로나19 덕분에 저녁이 있는 삶을 되찾았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모든 일터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가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임금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은 여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며 일합니다. 이른바 감염병 취약 계층입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감염병에 대한 위험은 임금 수준이 낮을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감염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나는 보호받지 못하는 집단에 속한 사람’이라는 소외감을 느낍니다. 이런 감정이 뒤섞여 우울증으로 나타납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우울증‘코로나 블루’입니다.
일감이 끊긴 이들도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일단 일터에서 밀려나 추락하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포감마저 듭니다. 현장에서 코로나 심리상담 서비스를 하는 전문가들은 현재 상담사례 대부분이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생계 불안에 대한 것들이라고 말합니다.
장애인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은 더 큽니다. 물리적 거리 두기로 지원 서비스가 중단되면 홀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확진되거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될 경우 활동지원사의 발길도 끊깁니다. 당장 먹고 씻고 자는 일부터 막막해집니다. 취재 중 알게 된 한 중증장애인은“코로나19 이후 극단적인 생각을 자주 한다”며 불안한 심리 상태를 호소했습니다.
코로나 블루의 근본 원인은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됩니다.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취약 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불안감이 사회구성원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에 대한 방역만큼이나‘마음 방역’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마음 방역은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넓고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있다면 마음 방역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얘기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더 탄탄한 사회 안전망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메르스를 겪은 뒤 체계적인 감염병 방역 체계를 만들어냈듯이 말입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