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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확대 이면의 ‘교도소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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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가 밖으로 나오면 보호관찰관과 무도실무관이 다 떠맡아야

‘풍선효과’란 표현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통상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한다.

전국 교도소 가운데 높은 과밀율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교도소 전경. 법무부와 부산시는 교도소와 구치소를 통합이전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시행여부는 불투명하다./연합뉴스

전국 교도소 가운데 높은 과밀율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교도소 전경. 법무부와 부산시는 교도소와 구치소를 통합이전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시행여부는 불투명하다./연합뉴스

구치소와 교도소의 과밀은 어제오늘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가둬놔야 할 사람은 늘어나는데 교정시설 확충은 쉽지 않다. 전체 수사에서 구속영장 청구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피고인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2019년 한 해 동안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2만9647건 중 2만4018건(81%)이 발부됐다. 2만4018명이 구속됐다는 얘기다. 2016년 구속 인원 3만2369명 이후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는 미결수의 수는 2만 명대로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많다. 게다가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60% 이상이 항소한다. 구금상태가 길어진다는 말이다. 보석 인용비율도 높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이 중첩적으로 일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교정시설 수용률은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헝가리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기록됐다.

점점 과밀화되는 교정시설

이 같은 교정시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들고나온 대책이 ‘보석 확대’와 ‘가석방 확대’다. 보석허가를 할 때 전자발찌 또는 전자팔찌와 같은 전자장치를 부착함으로써 구치소에 준하는 거주지 제한 효과를 주고, 구치소 수용률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불구속 수사 원칙 확립을 위한 대책이기도 하다. 가석방 역시 2018년부터 다양한 조건을 붙여 확대하고 있다. 필요적 가석방 및 취업 조건부 가석방을 확대하는 한편 오는 8월부터는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가석방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사람들이 교정시설 밖으로 나온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수감 장소만 변경됐을 뿐 여전히 거주지 제한, 야간통행 제한 등 각종 제약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을 관리·감독할 체계적인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행 제도하에서 이를 담당하는 사람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소속 전자감독 보호관찰관과 무도실무관이 전부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법학박사)가 2019년 <한국보호관찰학회>에 게재한 ‘전자감독제도의 성과분석과 발전방향’ 논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자감독 전담인원은 162명(전자감독 대상자 3126명)으로 전담인원 1인당 관리·감독해야 할 대상자는 19.3명에 달했다. 2008년 1인당 전담 대상자 3.1명이었던 것에 비해 10년 사이 전담 대상자가 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담 인원을 꾸준히 늘려왔음에도(2008년 48명) 전자감독 대상자 수가 급증한 탓이다. 이미 과중한 업무를 하는 상황에서 보석과 가석방 확대라는 교정시설 과밀화 해결책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확대될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과 가석방 대상자도 보호관찰소 관할이다. 전자발찌·팔찌를 착용한 대상자는 전부 보호관찰소 관할이다.

소수의 인원이지만 현재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은 시범시행 중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9년 9월 수원지방법원에서 처음 전자발찌 조건부로 보석이 받아들여졌다. 최근까지 9명에 대해 법원이 전자발찌 조건부 보석을 허가했다. 비록 기각되긴 했지만 정경심 동양대 교수(58) 역시 지난 3월 11일 대등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보석심문에서 전자발찌 조건부 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자발찌 착용자는 보호관찰소 관할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은 2019년 10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변경된 최종 법안명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 재적의원 152명 전원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되면서 올해 8월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법안이다. 쉽게 말해 보석조건으로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함으로써 거주지를 제한하고, 굳이 구치소에 수감하지 않더라도 구속상태에 준하는 인신구속을 통해 불구속재판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의 개정법이다.

‘일대일 전담보호관찰’도 2019년 4월 16일부터 시행 중이다. 일대일 전담보호관찰이란 보호관찰관 1명이 전자장치부착 대상자 1명을 24시간 관리·감독하는 것을 말한다.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 조두순 출소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의 답변으로 나온 아이디어다. 전국 5% 이내의 고위험자가 일대일 보호관찰 대상자가 된다. 그런데 전자감독 실무에서는 이 일대일 전담 보호관찰이 나머지 여타 전자감독 업무에 지장을 준다. 일대일 전담업무를 맡은 전자감독관은 다른 전자감독 업무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실제 전자감독관 1인당 감독 인원수가 통계수치보다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자감독관 1명이 맡아야 할 대상자가 늘어나면 관리·감독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대일 보호관찰은 조두순과 같은 재범위험도가 높은 기결수를 대상으로 한다. 통상 전국 기준 상위 5% 내 고위험자가 그 대상이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상위 5% 내 고위험자라고 하면 대상자가 적을 것 같겠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아동성범죄, 강력흉악범죄자들에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자꾸 조두순이 출소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조두순보다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도 많다.” 한 무도실무관의 말이다. 그는 “대구지역에서는 7살 여아를 유인해 숨지게 한 뒤 시신에 몹쓸 짓을 한 만기출소자도 전자감독 대상자로 관리되고 있다”면서 “이미 맡아야 할 업무는 포화상태인데 일대일 보호관찰 외 집중관찰제도까지 도입돼 있어 업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집중관찰제도란 집중관찰대상자로 지정된 전자장치 부착대상자에게 이상행동이 감지됐을 경우 보호관찰관과 무도실무관이 현장에 출동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관제시스템을 말한다. 한 무도실무관은 그러나 “우리끼리는 정말 쓸데없는 짓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집에 있으면 관제 모니터에 ‘H’가 뜬다. 그런데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집에만 있는 게 이상하다고 관제센터에서 경보 발생을 한다. 이동한 후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어도 경보를 띄운다. 또는 너무 많이 이동을 해도 경보가 뜬다. 그럴 때마다 무조건 현장에 가야 하는데 막상 가면 별다른 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안 나가볼 수도 없다. 예방업무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인력을 갈아넣어 꾸역꾸역 하고 있다는 것을 윗선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11월 5일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내린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 관련 결정문에 첨부된 교도소 수용실태 사진. 왼쪽이 청주여자교도소 혼거실(9명 정원 11명 수용)이고, 오른쪽이 대전교도소 혼거실(4명 정원 6명 수용)이다./국가인권위원회 자료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11월 5일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내린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 관련 결정문에 첨부된 교도소 수용실태 사진. 왼쪽이 청주여자교도소 혼거실(9명 정원 11명 수용)이고, 오른쪽이 대전교도소 혼거실(4명 정원 6명 수용)이다./국가인권위원회 자료

원래라면 폐쇄된 교정시설 내에 있어야 할 재소자들이 사회로 나왔다. 교정업무를 담당하는 교정국과 보호관찰 업무를 하는 범죄예방정책국 모두 법무부 소속이지만 두 기관의 업무는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교정시설을 벗어난 재소자 관리를 보호관찰소가 대신 맡게 될 때는 교정시설에 준하는 관리·감독 시스템이 보호관찰소 내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를 위해 만들어낸 보석·가석방 확대로 인한 풍선효과를 보호관찰소가 전적으로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들은 이들에 대한 관리 업무가 힘든 이유로 가석방 대상자들의 이면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사실 가석방은 본인이 원한다고 신청만 하면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형법 제72조에 따르면 가석방이 되기 위해서는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조사·발표한 <가석방제도의 운영현황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가석방된 재소자의 대부분이 선고형의 80~90% 이상 복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래피등급(재범위험성 등급)이 2등급 이상인 소위 교도소 안에서 바른 생활을 하는 ‘모범수’여야 가석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무도실무관들은 “교도소 안에서의 모범수가 출소 후 모범수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위 깐죽거리는 대상자가 있습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이미 교도소 안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했던 사람들로부터 각종 보호관찰 요령을 배워서 나옵니다.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가석방자들의 경우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별도로 부과하지 않더라도 보호관찰법에 따라 야간 미귀가자 지도·감독을 할 수 있는데 전화로 욕설을 하거나, 귀가지도에 불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담직원이나 무도실무관이 이들의 불응에 대해 직접적 처벌을 할 수가 없습니다. 보호관찰법 제28조에 따라 지도·감독 불응으로 서면경고장을 발부하는 게 전부인데, 이것도 한 달 안에 3번 이상 발부해 경고가 누적돼야 경찰에 수사의뢰를 할 수 있습니다. 이걸 잘 아는 가석방자들은 3번 미만으로 경고장을 받는 겁니다.”

보석·가석방 확대 풍선효과 책임은 누가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의 동종범죄 재범률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말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비율을 수치로 나타내면 결코 적지 않다. 2018년 성폭력 범죄자 전자장치 부착자에 한정해 보면 부착자 3270명 중 83명(2.53%)이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질렀다. 어쨌든 83건의 관리·감독 소홀이 발생한 셈이다.

형기를 마치지 않고 교도소 밖으로 나올 재소자들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 대상자도 늘어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밀착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의 전자감독 보호관찰관과 무도실무관들이 이 업무를 다 맡을 수 있을까.

한 달의 3분의 1 이상 야간근무를 하면서도 월 200만원대의 급여를 받는 무도실무관들에게 이 모든 업무를 맡게 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담당 직원을 늘려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교정시설 밖으로 재소자를 내보내기로 계획할 때는 이들이 교정시설 내에 있을 때만큼 철저한 관리·감독이 가능한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해 무도실무관을 12명 증원했고, 보호관찰관 인원 증대 역시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와 업무 협의하고 있다”며 “인력충원뿐만 아니라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교정시설 인권 실태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는 없이 살기는 더 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고 신영복 교수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신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대전·전주교도소에서 복역했다. 198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기까지 20년 20일간 감옥에 있었다. 신 교수의 책에 적힌 감옥의 풍경은 30여 년도 더 된 모습이지만 교정시설의 현실은 3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여전히 재소자 1명당 1.65㎡(0.5평)의 공간도 확보할 수 없는 곳이 교정시설이기 때문이다. 법무시설기준규칙에 따르면 재소자 1인당 면적 기준은 국제적십자사 기준 3.40㎡(약 1평)로 돼 있지만 현실은 반 평도 되지 않는다. 전국 52개 교정시설 중 2017년 12월 말 기준 수용정원을 초과하는 기관은 43개(81.1%)로 사실상 대부분의 교정시설이 수용인원 한도를 초과해 운영하고 있다. 수용률이 130%를 넘는 기관도 12개(22.7%)에 달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법무부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구속 인원은 늘어나는데 수용시설은 태부족이고, 구치소·교도소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곳에 짓는 것도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법무부가 부지선정까지 마치고 교정시설 설치 양해각서(MOU)까지 작성해도 지역주민의 반발에 밀려 또다시 연기되기 일쑤일 정도로 구치소·교도소는 대표적인 ‘님비(NIMBY) 시설’로 꼽힌다.

헌법재판소가 2016년 12월 29일 “교정시설 1인당 수용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헌법침해적 현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과 김이수·안창호·조용호 헌법재판관이 보충의견을 통해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약 0.78평) 이상의 수용면적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재소자들은 여전히 칼잠을 잔다고 말한다. “9명이 수용정원인 방에 12명이 들어가 있고, 16명이 정원인 방에 20명이 들어갑니다. 머리를 벽에다 붙이고 자도 다리를 뻗으면 반대편에서 자는 사람의 종아리까지 오니까 다리를 교차해서 자야 해요. 뒤척거리면 난리가 나죠. 뒤척이고 싶어도 뒤척일 공간도 없어요. 죄짓고 갇혀 사는 주제에 공간 타령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몇 년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긴장한 채로 그렇게 자고 나면 온몸이 아파요.”

교정시설에 오래 수감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갖게 되는 병 역시 관절 관련 질환이라는 게 이들의 말이다. 교도소는 기본적으로 운동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구치소는 운동장 개념의 공간이 없다. 기껏해야 112㎡(약 34평) 아파트 거실 수준의 좁은 실내 공간이 미결구금자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의 전부다. 한 출소자는 “인천·수원구치소는 좌·우로 나뉜 사동 가운데에 운동장 개념의 작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를 성인 재소자들이 벽을 잡고 뱅글뱅글 돈다”고 말했다. 운동할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재소자들 대부분이 무릎 통증을 호소한다. 구치소는 기본적으로 미결수들이 수감되는 곳이기 때문에 재판이 끝나 확정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구치소에 머물러야 한다. 재판이 길어질 경우 몇 년을 구치소에서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남부·안양구치소는 운동장이 있지만 매일 운동을 할 수도 없다.

신 교수의 글처럼 여름은 재소자들에게 고통의 계절이다. 24시간 선풍기 바람을 쐴 수도 없다. 한 재소자는 “벽걸이형 선풍기에서 50분간 바람이 나오다 10분을 끈다. 심지어 물도 못 쓰게 단수를 시켜버렸다. 2018년도에 전국적으로 덥다고 난리났을 때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이 물을 너무 많이 쓴다며 단수를 시켜버렸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은 코로나19로 그나마 할 수 있던 걷기 운동도 할 수 없게 됐다. 대구교도소는 교정시설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재소자들이 방에 무기한 분리수용된 상태다.

재소자들에게도 인권은 존재하지만 사회는 이들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이유로 수감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는 그래서 공허할 수밖에 없다. 잠을 자다 성인 손가락 2개 크기만 한 바퀴벌레가 몸을 기어다녀도 재소자가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고 개선을 요구할 방법은 기껏해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수준이다. 헌재 위헌결정 2년 뒤인 2018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또다시 국무총리와 법무부 및 검찰, 대법원에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달라지지 않는 이유도, 문재인 대통령이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를 넣었음에도 집권 4년차가 지나도록 과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도 재소자의 인권은 ‘다음으로’ 미뤄진 탓이 크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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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