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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 변호사들 ‘귀하신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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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위상 달라져… 정작 경찰 내부에선 ‘전관예우’ 회의적

경찰 제복을 벗은 변호사들의 몸값은 얼마일까. 어느 분야를 전문으로 다뤘는지, 출신 계급이 무엇인지, 입직경로가 어떤지에 따라 액수야 천차만별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근 2~3년 사이 몸값이 이전보다 ‘올랐다’는 점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버닝썬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곽정기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장(47)은 2019년 7월 제복을 벗고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곽 전 지수대장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직한 경우다. 중앙일보는 곽 전 지수대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보도에서 김앤장에서 제시한 연봉이 ‘7억+α’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가 맞다면 경무관급 이상 변호사들도 받기 어려운 금액을 받고 간 셈이다. 김앤장에는 경찰대학장(치안정감)을 역임한 백승호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 서울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을 역임한 김정석 변호사(20기·고문)도 포진해 있다.

대형로펌에서 높은 연봉으로 영입

법무법인 광장 역시 최근 이성한 전 경찰청장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강형래 전 서초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36기)을 영입하는 등 경찰 출신 변호사를 대거 영입했다. 법무법인 율촌도 지난 1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 수사 대응팀’을 설치, 최인석 전 경찰청 기획조정관(35기)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경찰대 또는 경찰청 출신 변호사 7명이 이 팀에 속해 있다는 것이 율촌 측의 설명이다.

“경찰대 출신 경감이었는데 사법고시에 합격하니까 대형 로펌에서 바로 데려가더라고….”

경찰 출신 변호사들이 귀한 대접을 받게 된 배경에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있다. 지난 1월 13일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각종 정비작업을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번 조정안의 결실로 검찰과 경찰이 상하 지휘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바뀌었다는 데에 방점을 찍지만 변호사업계의 시선은 ‘1차 수사종결권’에 있다. 이제는 경찰수사가 ‘돈이 되는’ 수사가 된다는 말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변호사의 위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죠. 검찰이 주로 하던 특수수사·기업수사까지 경찰로 넘어갔으니 대응을 할 수밖에 없죠. 무엇보다 대부분의 변호사는 경찰을 몰라요. 어디를 찔러야 말이 좀 먹히는지, 검찰에서 하던 방식이 경찰에서도 통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러면 수사를 좀 해본 경찰 출신이 당연히 유리하죠.”

기업·화이트칼라 범죄 등을 주로 담당하는 한 대형 로펌 중견 변호사는 “검찰은 전화라도 한 통 넣어줄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가 많지만, 경찰은 경찰 출신 변호사가 많지 않으니 희소성 면에서도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퇴직 후 경비업체나 보험회사로 재취업을 많이 하던 (변호사자격증이 없는) 경찰들도 앞으로는 대거 로펌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경찰 내부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다. 한마디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얘기다.

지방 경찰서의 한 팀장급 경감은 “변호사들만 좋은 거지, 우리 수사가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솔직히 전관예우가 먹힐 환경이 아니잖아요. 전국에 경찰 출신 변호사가 몇 명이나 되길래. 여기는 경찰 출신 변호사 한 명도 없을걸? 막말로 피의자가 담당 경찰수사관이 누구인지 찾아본 뒤에 그 사람을 알 만한 경찰 출신 변호사를 데리고 올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는 거지.” 현재 변호사자격증을 소지한 경찰은 전국에 100여 명 수준이다.

또 다른 지방 경찰서 팀장급 경감은 “전관을 떠나 변호사가 같이 와서 경찰 조사를 받으면 피의자에게도 좋고, 우리 입장에서도 사건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2~3년 사이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조사받으러 오는 피의자 수는 많이 늘었어요. 특이한 점은 고소인들도 변호사를 많이 데리고 와요. 그러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사기죄로 상대방을 고소하려고 온 고소인이 있어요. 수사관이 질문을 합니다. ‘무엇에 속아서 돈을 5000만원씩이나 빌려줬습니까.’ 그러면 법을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내 친구라 믿었다.’ 그런데 변호사가 미리 정리를 해주면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아주 비싼 집에 살고, 평소 있는 척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 정도 금액이야 약속한 기일에 받을 것으로 믿었다’라고 답을 합니다. 그러면 법률적으로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성립돼서 사기죄로 기소가 가능해지는 거예요. 그런데 고소인 혼자 오면 이렇게까지 말을 못 해요. 수사관이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도 변호사가 잡아주면 고소인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죠.”

경찰 “그래서 어쩌라고…” 시큰둥

변호사업계에서는 ‘검찰보다는 경찰이 해볼 만하다’는 말도 나온다. 수사관보다 법 지식이나 관련 판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변호사가 경찰 초기수사 단계에서부터 개입하면 좀 더 자신의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섞인 예측인 셈이다. 일단 경찰 단계에서 불기소처분이 내려지면 검찰이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이 불기소로 종결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서조차 이미 불기소로 결론 내려진 ‘종이서류’에서 검찰이 새로운 기소사유를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장신청이 필수적인 사건의 경우 검찰이 경찰을 상대로 영장청구를 위한 수사자료 보완 요청 등을 통해 경찰이 다루는 사건을 중간중간 들여다볼 수 있지만 경찰이 별도의 영장신청 없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사건의 경우 검찰이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울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검찰은 이 틈새에서 각종 부정이 발생할 것이라 추측한다.

반면 경찰은 “무능은 있어도 부정은 없다”라고 말한다.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경 갈등이 정점에 달할 당시 검찰은 “조정안이 통과되면 한 해에 1만3781건의 잘못된 (경찰) 수사를 바로잡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경찰은 “불기소의견이 기소로 바뀐 경우는 전체 송치사건 중 0.2%(4132건)에 불과하고 이 역시도 피의자나 참고인이 검찰에서 진술을 바꾼 경우”라고 반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관예우에 대한 기대는 변호사업계나 경찰 내부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팀장급 경감의 말이다.

“의료사고 관련 피의자 조사를 하려는데 피의자가 대형 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해 한꺼번에 경찰서로 온 적 있다. 그런데 같은 경찰대 출신 동기가 들어오면서 ‘어, OO아!’ 하며 인사를 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어!’ 하고 인사를 했다. 그 친구는 자기 몸값을 한 것이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어, 내 변호사가 저 경찰이랑 아는 사이네!’라고 하면 당연히 더 신뢰할 것 아닌가.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또 다른 지방서 팀장급 경감은 “경찰은 신기하게 ‘전관발’이 안 먹힌다. 경찰은 입직경로가 너무 다양하고, 어떤 수사관들은 경찰 출신 변호사에 오히려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어서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경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왜 전관예우가 경찰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것일까. 경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다. “그 수사관들이 변호사가 될 수 있겠어요? 자기가 이 사건을 잘 봐주면 퇴직 후 그 변호사가 자기를 끌어줄 거란 기대가 있어야 전관예우도 하는 거지, 평생 수사만 하던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도 없는데 전관예우가 통하겠습니까.”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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