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중국인 입국 금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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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연일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처음 발병했고, 대부분 감염자가 중국인이다 보니 미국 등의 국가들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7만 명(2월 5일 현재) 넘게 참여하는 등 입국 금지 의견이 높다. 법적으로 중국인의 입국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이동하는 외국인 관광객. 정부는 2월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이동하는 외국인 관광객. 정부는 2월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연합뉴스

필자가 지난 칼럼(<주간경향> 1352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가는 외국인을 입국시킬지 선택할 자유가 있다. 이는 주권국가의 기본적이고 배타적인 권리이다. 그러므로 설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라고 확인되지 않았다 해도 잠재적 위험을 막기 위해 중국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신속하게 입국을 금지할 수도 있다. 법원 판례 또한 전염병 환자에 대한 입국 제한과 출국 조치를 원칙적으로 인정한다.

반면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거주·이전할 자유는 헌법 제14조에 명시된 기본권이다. 국가는 헌법 제37조 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 입국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체류 국민의 입국을 막는 법률이 없고, 입국 금지 대신 격리 등으로도 충분히 관리 가능해 국가가 중국 체류 자국민의 입국을 막기는 힘들다. 한편 270만 명에 달하는 중국 재외교포들 역시 외국인이므로 국가는 원칙적으로 입국을 제한할 수 있으나, 이미 재외동포체류자격(F-4 비자)을 부여받은 사람이라면 법무부 장관이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박탈하는 절차가 선행되기 전에는 입국 거부가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 거부가 가능하더라도 실제 중국인에 대한 입국 거부는 쉽지 않다. 우선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은 체류 지역에 따라 달라질 뿐 국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중국 체류자’가 아닌 ‘중국 국적자’에 대한 입국 금지는 합리적이라 보기 힘들다. 그리고 헌법 제6조에 따라 조약과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데, 대한민국이 가입한 국제보건규칙(IHR2005)에 따라 국가는 필요한 범위 이상의 국경 폐쇄나 입국 제한을 둘 수 없다.

무엇보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 매일 중국에서 한국으로 3만 명 이상이 입국할 정도로 교류가 잦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입국 금지를 했다가는, 대한민국의 검역체계 안에서 관리되지 않는 밀입국자가 생겨날 여지가 매우 크다. 그 경우 최소한 입국자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가 가능한 현재보다 더 위험할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중국인의 입국 자체를 두려워하는 상황을 무시할 순 없다. 국민은 메르스 유행, 세월호 사건 등 수많은 경험을 통해 국가가 개인의 안전과 행복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각자도생, 적자생존의 사회에서 국가가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검역과 관리가 성공해 그 신뢰를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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