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 왜 내가 재판을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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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대표 구본창씨, 해코지 두려워하는 여성들 보호 역할

법정의 피고인석에 앉은 그는 재판 내내 눈물을 훔쳤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사진과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의 대표 구본창씨(57)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월 14일 법정에 섰다. 구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사진 및 신상정보를 제공한 사람과 그 정보를 토대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운영진에 대해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기관 앞에서 침묵했다. 그것이 기소의 주된 사유였다. 법률용어로 그는 ‘공동정범’이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 대표 구본창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앞둔 1월 14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앞에 섰다. / 권도현 기자

‘배드파더스’ 사이트 대표 구본창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앞둔 1월 14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앞에 섰다. / 권도현 기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부모의 정보를 제공하고,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그들은 소송을 당할 두려움보다 해코지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들을 보호하는 게 내 역할입니다.”

구 대표는 2018년 9~10월 배드파더스로 인해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의 고소로 2019년 5월 기소됐다. 양육비를 줬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자신의 신상이 공개돼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 고소인들의 주장이었다. 그는 양육비를 받지 못해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비양육부모의 신상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한 수백 명을 대신해 피고인이 됐다. <주간경향>은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1월 14일부터 무죄판결이 내려진 15일까지 이틀에 걸쳐 구 대표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5명의 고소인은 ‘양육비를 일부라도 지급해왔기 때문에 게시방식에 문제가 있다’고도 했고, 명예훼손을 주장했죠.

“거짓말이죠. 배드파더스에 제보하고,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법이 정한 절차대로 다 해봤는데도 법으로는 도저히 양육비를 받을 수 없어 신상정보를 올리는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

-판결문은 결국 버티는 사람 앞에서는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단 느낌도 받았습니다.

“판결문 또는 양육비부담조서를 확인하고, 실제로 미지급됐는지를 확인하고 게시 여부를 결정해왔습니다. 그런데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람들은 다 돈이 없다고 해요. 분명 이혼 전에는 재산이 있었는데 그사이 다 사라집니다.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거나 자영업자는 자신의 소득을 월 185만원 이하로 해놓습니다. 소득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해놓으면 소송을 해도 1원도 못 받아요. 재산 명의도 다 바꿔놓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숨긴 재산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사해행위 소송을 해야 하는데 굉장히 어렵습니다.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3~4년이 걸리고, 변호사 비용도 많이 들어가요. 거기다 판결문을 받아내도 또 비양육부모가 돈을 안 주면 강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명예훼손이라는 방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양육비는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비용입니다. 국가가 개입해서라도 반드시 양육부모에게 지급이 강제돼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단순히 개인 간 채권-채무 관계로 봅니다. 비양육부모들은 한결같이 ‘양육비로 줄 돈이 없다’고 합니다. 본인들 쓸 것 다 쓰고 남는 돈을 양육비로 지급하려 하니까 돈이 없는 거죠. 극단적으로 빈민가에 사는 코피노 아이는 양육비를 못 받으면 굶어요. 밥을 먹지 못해요. 그 아이들은 어쩌다 밥 한 끼를 제공받으면 토할 때까지 먹어요. 지금 이 밥을 먹으면 또 언제 밥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 토할 때까지 먹는 거죠. 아이의 생존권과 아빠의 초상권 중 뭐가 더 중요한 건가요. 자기는 여유롭게 여행 다니고, 좋은 차 몰고 다니면서 양육비는 주지 않는 아빠의 명예와 아이의 생존권 중 뭐가 더 중요합니까.”

-배드파더스 홈페이지에는 대표님의 연락처가 공개돼 있습니다. 고소 외에도 많은 공격을 받진 않나요.

“엄청나게 연락이 옵니다. 한국 남성 특유의 가부장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연락을 합니다. 본인은 이 일과 관계가 없어도 발신자제한표시를 한 뒤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고 끊어버립니다.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을 해요. 그래서 지금은 전화번호가 표시되지 않은 전화는 안 받아요. 전화는 밤낮없이 지금도 와요.”

-잘 때라도 전화기를 꺼놓으면 안 되나요.

“꺼놓을 수가 없어요. 제보를 해서 사진이나 신상정보를 보내는 사람의 80%가 여성이에요. 본인이 제공했든 하지 않았든 혹시라도 전 남편이 해코지를 할까봐 그들은 늘 두려워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약속을 했어요. ‘혹시 사진을 올린 것 때문에 당신을 해코지하러 찾아오면 나에게 바로 연락해라. 내가 가겠다’라고요.”

-경찰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경찰은 실제로 전 남편이 때린 뒤에나 출동하는 거지 그 전에는 안 오니까 제가 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전 남편의 가게나 실거주지 앞에서 시위를 한다고 하면 보호하러 가야 해서 전화기는 꺼놓을 수가 없어요. 몸으로 하는 건 제가 하기로 약속했어요.”

-재판장이 무죄판결이 예상되는 주문낭독을 할 때 많이 우시는 걸 봤습니다. 어떤 마음이셨나요.

“이렇게 말하면 한국의 양육비 피해자들이 섭섭해할 것 같긴 한데 사실은 재판이 있기 하루 이틀 전에 필리핀의 코피노 엄마들에게서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제가 필리핀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버티는 이유는 필리핀을 떠나올 때 그들에게 약속했거든요. ‘아이들이 양육비를 받으려면 결국 한국의 법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의 법을 바꿔 선물로 들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판결을 들을 때 그 코피노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은 지금도 굶고 있으니까….”(구 대표는 또 울음을 터뜨렸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아직 결정 못 했어요. 이제 재판이 끝났으니까요. 일단은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해요. 재판은 끝났어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이 통과돼야 하니까요. 그런데 법 통과에는 제가 할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이건 시민단체들과 양육비총연합회가 나설 일 아닐까요.”

구 대표는 인터뷰 내내 딱 한 번 욕설을 했다. 절대 기사에 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어쩌면 이 한마디는 그가 처했던 상황과 앞으로 처할 상황, 그리고 양육비 문제를 국가적 문제로 취급하지 않는(국회에 계류된 양육비 지급 이행 관련 법안만 10개가 발의돼 있으나 임기만료 폐기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이었던 양육비 대지급 공약을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를 함축한 말일 것 같아 그대로 옮긴다. “가해자들은 저 사람들인데 왜 제가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됩니다. 정말 이 상황이 X 같습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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