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행위원장 이지언 활동가 “기후문제에 깨어 있는 시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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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1일 서울 대학로에 5000여 명이 모였다.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3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기후위기 비상행동(비상행동)’의 출발은 고무적이었다. 행동에 앞서 ‘인식 변화’가 절실함을 깨닫는 계기이기도 했다.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주목! 이 사람]‘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행위원장 이지언 활동가 “기후문제에 깨어 있는 시민 필요”

비상행동은 2020년 목표 가운데 하나를 ‘기후행동 시민 양성’으로 정했다. 기후위기 심각성과 비상행동의 필요성을 알리는 교육 행사를 총칭하는 ‘기후행동학교’를 추진하기로 했다. 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인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38)는 “기존의 관성적인 환경교육 프레임을 깨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육을 나가보면 ‘개인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건 뭔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거꾸로 말하면 시민이 국가정책은 바꾸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개인의 습관 같은 프레임에 익숙해 있다는 거겠죠. 하지만 텀블러를 쓰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야만 한다는 걸 알리려고 합니다.”

비상행동에는 환경뿐 아니라 노동·농민·여성·과학·보건의료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한다. 1월 21일부터 이틀간 단체 교육담당자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기후위기 교육을 하면, 이것이 곧 ‘기후행동학교’가 된다. 워크숍은 40명 정원을 100명으로 늘릴 만큼 반응이 뜨겁다. 한 차례로 끝나진 않을 예정이다.

“개인이든, 정부든, 기업이든 바뀌기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해요. 행동을 위해선 기후문제에 깨어 있는 시민들이 필요하고요. 기후문제를 복잡한 언어가 아니라 우리 삶의 언어, 생활의 언어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령 노동계에서는 빠르게 줄어드는 고탄소 산업 일자리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죠. 농민들은 화석연료를 탈피해 저탄소 농업으로 가는 방법을, 보건계는 기후위기가 폭염 같은 현상을 불러와 건강위기로 이어지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고요.”

4월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 14일에는 두 번째 비상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을 뽑자고 촉구하려 한다. 정치권에선 기후변화라는 말조차 듣기 힘들다. 침묵의 벽이 워낙 높다. 이 활동가는 때때로 고립감을 느낀다. 그는 “기업 사람들은 ‘우릴 망하게 할 작정이냐’면서 매우 적대적이고, 정부 관료들까지 안일하니 답답하다”며 “그레타 툰베리의 말처럼 ‘끝없는 경제성장 신화’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비상행동은 10강 정도로 구성된 심층 강의도 구상 중이다. 유튜브·영화제 등을 통해 대중과 가까워질 예정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비폭력·평화 행동을 안내하는 ‘액션 가이드’도 조만간 나온다. 이 활동가의 올해 소망은 더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를 ‘내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히기를 바란다. “미세먼지 줄인다면서 화석연료 보조금을 주고 있는 현실이잖아요. 정부는 우리가 정말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이 담긴 정책과 비전을 내놓아야 합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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