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7살 쌍둥이 남매가 다니던 경기 용인의 사립유치원이 폐원을 통보했다. 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려는 교육당국의 조치에 맞서 운영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인근 병설유치원으로 옮겨야 했다.
![[주목! 이 사람]‘전국사립유치원교직원 노동조합’ 사무처장 박용환씨 “장시간 노동에 받는 임금은 적어”](https://img.khan.co.kr/newsmaker/1360/1360_35.jpg)
쌍둥이 아빠 박용환씨(50)는 유치원 돌아가는 사정을 전혀 모르던 평범한 학부모였다. 하지만 유치원 운영의 실체를 들여다보면서 문제가 많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 그해 7월 유치원 문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비리 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었다. 부당하게 쓴 돈을 학부모에게 돌려주라는 감사 결과가 나온 유치원을 상대로 ‘환급운동’을 벌였다.
많은 사립유치원이 원비를 교육을 위해 제대로 쓰지 않았다. 교직원 인건비도 적절하게 지급하지 않았다. 15년간 직장에 다니다 5년 전부터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그는 생전 해보지 않던 노조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29일 출범한 ‘전국사립유치원교직원 노동조합(유치원노조)’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민간 중소기업도 8시간 근무 기준으로 공고를 내잖아요. 사립유치원은 공고 자체가 10시간으로 나가요. 그런데 받는 돈은 너무 적습니다. 근속연수도 아주 짧고요. 노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자연스럽게 실무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맨 처음에는 교원과 일반 직원을 아우르고자 했다. 하지만 교원과 일반 직원에게 적용하는 법이 각각 달라 하나의 노조를 꾸릴 수 없었다. 유치원노조는 ‘교직원노조’라는 이름은 유지하면서 교원 회원만 받기로 했다. 직원노조도 별도로 만들 예정이다. 박 사무처장은 모든 대외 업무를 담당한다.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로 참여하는 교사들의 신상이 알려지면 고용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사학연금관리공단 통계연보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교원 70%가 2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다. 근속연수도 5년 미만이 67%나 된다. 교원지위법은 ‘학교법인과 사립학교 경영자는 그가 설치·경영하는 학교 교원의 보수를 국공립학교 교원의 보수 수준으로 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들이 별도로 만든 호봉표는 국공립유치원보다 30만원가량 낮다.
“유치원 원장이나 설립자의 말이 법으로 통하기 때문에 싫으면 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 그 지역 유치원에선 일할 수 없고요. 회원수 4만 명인 유치원·보육교사 카페는 1990년대생 여성만 가입하게 돼 있어요. 선생님들 스스로가 ‘이건 20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립유치원에선 15호봉이 넘어가면 호봉을 깎자고 해요. 온전한 직장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는 보다 ‘밝고 재미있는 투쟁’을 하고 싶다. 전국 사립유치원 교원 4만 명 가운데 1만 명을 모집하는 게 노조 목표다. 사립유치원 교원의 ‘정년보장’을 화두로 던질 계획이다. 장시간 일하고도 제대로 받지 못한 임금을 되찾기 위한 집단소송도 준비한다.
“많은 운영자들이 ‘내가 세웠는데 왜 마음대로 못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죄의식을 전혀 못 갖는 것 같아요. 노조가 이런 인식이 틀렸다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다보면 교사들이 당당하게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