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사랑니 때문에 아래 앞니들이 삐뚤삐뚤 틀어진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사랑니를 뽑기 위해서 치과에 오는 상당수 이유가 사랑니 때문에 앞니가 틀어질까봐거나, 예전엔 안 그랬는데 최근 들어서 앞니들이 삐뚤어진 게 사랑니 때문이라고 믿어서다. 혹은 그동안 애써 치아를 고르게 교정한 것이 다시 흐트러져 치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과연 사랑니 때문에 앞니들이 틀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치과의사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게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사랑니와 앞니가 틀어지는 것은 서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람의 얼굴을 좌우로 나누는 정중선을 미드라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정중선으로는 미간, 코, 인중, 턱끝 등이 지나간다. 꼭 사랑니가 없더라도, 그리고 사랑니의 존재 유무와 전혀 별개로 좌우측 치아들은 원래 이 정준선인 미드라인을 향해 움직이려는(쓰러지려는) 성질과 경향이 있다. 잇몸이 안 좋거나 나이가 들어 치아를 지탱해주는 치조골의 높이가 줄어든 경우는 이렇게 치아가 정중선을 향해 쓰러지려고 하는 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땅속에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은 나무가 바람에 쉽게 쓰러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잇몸이 안 좋거나, 중년 이후에 나이가 들어 노화 현상으로 치조골의 높이가 줄어든 경우 아래 앞니들이 쉽게 틀어진다.
앞니가 틀어질까봐 특별히 증상도 없는 사랑니를 뽑으려고 한다면 바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더불어 구강검진을 위해 치과에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내원하여 지속적인 관찰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까딱하면 자신도 모르는 새 지금은 별 문제 없는 사랑니로 인해 바로 앞쪽 치아인 제2대구치까지도 충치나 치주질환으로 발치해야 하는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류성용<뉴연세치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