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와 아고다·부킹닷컴의 행정소송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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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아고다와 부킹닷컴 같은 글로벌 온라인 여행예약 사이트(OTA)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를 쓰기에 적기였다. 마침 취재과정에서 정부가 OTA의 문제점을 다룰 태스크포스를 꾸리려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아고다와 부킹닷컴에 환불불가 약관을 시정하라고 명령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지난 3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반기를 들었다. 정부가 OTA 태스크포스 출범작업에 속도를 낸 건 그 이후였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호텔이나 항공편 예약에 환불불가 조건을 걸면 공실의 위험이 줄어든다. 업체 입장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고, 그래서 가격을 확 낮추게 된다.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고 경제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논리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남아있는 기간에 따라 위약금에 차등을 두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가상품이라는 이유로 예약 실행일로부터 남아있는 기간에 관계없이 무조건 예약금 전체를 위약금으로 물게 하는 건 지나치게 소비자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OTA는 소비자들이 동의한 후 구매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으며, 전세계에서 동일하게 적용하는 약관을 한국만 유독 문제를 제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불불가 조항은 따라서 법원에서 ‘남아있는 기간이 어느 정도일 때 어느 만큼을 환불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소비자 선택의 결과를 누구에게 책임 지울 것인가’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법을 적용해 규제할 수 있을까’의 문제로 요약된다.

아고다와 부킹닷컴은 대놓고 소송으로 맞서고 있지만 겉으로는 정부 규제를 따르는 척하면서 뒤로는 버젓이 환불불가 상품을 유통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호텔스닷컴과 익스피디아다. 이들은 여전히 기존과 유사한 환불불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업체들이 존재하는 한 환불불가 약관 시정명령을 따른 업체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같은 호텔을 환불불가 조건으로 싸게 내거는 곳에 소비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가격 차이가 최대 70%까지 난다고 했다.

소비자와 관련된 환불불가 조항이 가장 관심거리이긴 하지만 공정경쟁의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문제가 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OTA는 국내 소규모 숙박업자들이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홍보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최대 30%나 되는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숙박과 항공, 현지 관광상품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저렴하게 펼쳐놓는 이들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결국 문제점을 고치고 쓸 수밖에 없다.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공정위와 아고다·부킹닷컴의 행정소송 결과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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