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건을 보고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과거에는 몰라도 2018년에도 웹하드가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주변인들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지금도 웹하드를 이용한다는 이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대학생이던 10년 전에는 저도 웹하드 이용자였습니다. 영어공부를 핑계로 ‘프리즌 브레이크’ 등 미국 드라마를 다운로드 받았었지만 지금은 이용하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웹하드를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웹하드 이용자들의 주목적이 음란물이라는 사실입니다. 10년 만에 모 웹하드에 다시 접속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웹하드의 핵심 콘텐츠는 음란물입니다. 지금도 1분에 수십 편의 영상이 웹하드에 올라오며, 대부분은 성인물입니다. 웹하드 등록제도 없고 저작권 인식도 지금보다 희박했던 10년 전엔 저작권 위반 영상들이 웹하드의 주를 이뤘습니다. 현재 웹하드는 성인방송, 영화 유통업체와 정식 계약을 맺고 합법적으로 성인물을 유통합니다. 저작권 사각지대에 있는 일본 성인영상도 웹하드의 주요 돈벌이 수단입니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영상을 다운받기보다는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보는 사람이 늘어난 것입니다. 취재를 도와준 전직 웹하드 직원은 웹하드에 신규회원 유입이 끊긴 지 오래됐다고 말합니다. 청년층보다는 웹하드 활용에 익숙해져 있는 중년 이상이 웹하드의 주요 고객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웹하드 업체들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활용한 것이 디지털 성폭력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 성폭력물 모니터링 단체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가 단체로 직접 연락한 경우를 제외하면 시민단체에서 1분에 수십 편 올라오는 웹하드 영상을 모두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디지털 성폭력물은 평범한 음란물 또는 해외 영상인 것처럼 제목을 바꿔 올리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는 것 외에는 모니터링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하루종일 웹하드를 둘러보다 보니 ‘한국은 음란물에 취한 나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해법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 성인물을 정식 수입해 저작권법 아래에 놓는 게 과연 해법일까요. 하루에도 수천, 수만 건 쏟아지는 웹하드 영상 중 디지털 성폭력물을 모두 찾아내거나 성인물 공유 자체를 완전히 막는 것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음란물 중독에 대한 사회적 해법이 나와서 웹하드의 매출액이 줄어든다면 성인영상 공유나 성인방송 등도 자연스레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들뿐입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