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어떤버스 총괄팀장 이범규씨 “봉사활동 희망자 싣고 달립니다”](https://img.khan.co.kr/newsmaker/1290/1290_8.jpg)
젊은이들이 버스에 오르기 시작한다. 행선지가 적혀 있지 않은 버스다. 이내 버스가 달린다.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알 수 없다. 행선지도 모르는 버스에 탄 사람들의 표정에 불안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생기가 돈다. 한껏 들떠 있는 이들도 눈에 띈다. 미스터리 봉사 버스 ‘어떤버스’의 풍경이다.
“어떤버스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만든 버스예요. 정확히는 봉사를 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만든 버스죠.” 어떤버스 총괄팀장 이범규씨(28)의 얘기다. 어떤버스는 2014년 이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시민 프로젝트다. 미국의 ‘Do Good Bus’를 본떠서 만들었다. 어떤버스에 승차하면 그때부터 ‘봉사 여행’이 시작된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어떤 봉사를 하게 될지 출발 전까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버스는 유기견 센터, 어르신 복지관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에 승객들을 내려놓는다. 승객들은 20명씩 한 조가 돼서 봉사활동을 한다. 나무 심기부터 벽화 그리기까지 하는 일도 각자 다르다. 도착한 곳에서 하루 종일 봉사활동을 한 뒤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게 어떤버스의 일정이다.
어떤버스는 봉사가 목적인 만큼 영리법인이 아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태프들도 대부분 대학생이다. 수익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급여도 없다. 오히려 스태프들이 돈을 갹출해서 회의 공간을 빌려 일을 한다. 이씨는 “어떤버스 참가비는 2만원이에요. 참가자 한 분당 교통비와 식비, 준비물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면 대략 6000원 정도 모자랍니다. 부족한 비용은 후원을 받아 메우고 있어요”
사비를 털어가며 일하는 어떤버스 운영진은 40명이다. 돈 안되는, 오히려 돈을 내고 일하는 곳이지만 운영진 모집을 하면 선발에 애를 먹을 정도로 지원자가 몰린다. 여러 차례 면접전형을 통과해야 운영진으로 합류할 수 있다. 봉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운영진이 되는 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괜찮은 ‘프로젝트’를 만들고자 하는 지원자가 어떤버스 멤버가 된다. “1년에 네 차례 어떤버스가 운영됩니다. 보통 어떤버스가 한 번 움직이려면 최소한 4개월 전부터 매주 한 번씩 모여서 준비를 해야 해요. 열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버스의 성공 여부는 봉사처 섭외에 달렸다. 봉사를 원하는 기관이나 현장을 섭외하기 위해 보통 전화를 500통 넘게 돌린다.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곳은 많지만 일에 서툰 참가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경험이 쌓이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1200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일할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버스 운행이 잘될수록 운영진이 할 일도 늘어난다. 그래도 이씨는 더 많은 어떤버스가 전국을 누비길 바란다.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면 정치인이 되고 높은 사람이 돼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변화는 내 주변, 작은 일로도 가능합니다. 어떤버스가 내 바람대로 달려간다면, 그 자체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남길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