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문화연대 활동가 박영선씨 “어린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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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어린이문화연대 활동가 박영선씨 “어린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

8년 전 21살이 되던 해, 박영선씨(29)는 혜화동 대학로에 있었다. 그곳에서 꼬박 6년 동안 공연장 안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박씨가 담당한 공연은 아동극, 어린이 대상 공연이었다. 안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박씨는 어린이 공연은 당연히 유치한 것으로 여겼다. 한 편 두 편 공연을 접하면서 박씨의 편견은 깨졌다. 이내 어린이문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때 본 동화와 공연은 박씨를 어린이문화연대 활동가의 길로 이끌었다. “그 시절 본 작품들이 어린이 세상으로 저를 안내해줬어요. 아이들 인권에 대한 관심도 그때 생겼고, 각별한 감정도 생겨났습니다.”

재주가 많은 박씨는 그만큼 하는 일이 많다. 아이들을 만나 청소년 독서·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이 박씨의 주업이다. 박씨가 애정을 쏟는 직함은 또 있다. ‘어린이문화연대 활동가’다. 활동한 지는 아직 1년도 채 안 됐지만 어린이문화연대 살림꾼을 맡았다. 어린이문화연대는 어린이 인권을 위해서 일하고, 같은 뜻을 가진 단체들이 연대하자는 취지로 모인 공동체다. 어린이 인권을 주제로 시민 교육 강좌를 열거나 동요제와 영화제 같은 문화행사를 마련한다. 박씨는 “어린이 인권을 위해 제각각 노력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이 한곳에 모이니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더라고요. 어린이문화연대는 같은 뜻을 가진 활동가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가는 과정 속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그런 단체입니다.”

박씨를 움직이는 힘은 ‘재미’에서 나온다. 제 힘으로 어린이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결의’보다 어린이 문화운동 자체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우선이다. 늘 자신을 웃게 만드는 어린이들은 박씨에게 귀한 존재가 됐다. 더없이 소중한 이 아이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험하고 거친 곳이다. 박씨가 어린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 만들기에 동참한 이유다. “주변에서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네 문제, 청년 문제 해결이 먼저 아니냐고 묻기도 해요. 하지만 어린이는 저에게 약자의 상징이에요. 가장 약자인 어린이 인권 문제가 해결되면 여성, 소수자, 청년 문제까지 모두 해결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녀도 잠시나마 주5일 출근하는 ‘회사원’ 생활을 했다. 하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가치관’이 체질에 맞지 않았다. 물론 박씨 역시 또래들이 하는 취업 성공 따위의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녀가 자존감을 지키며 살기 위해 택한 방식은 ‘잡기’다. 다재다능한 재주 덕에 박씨는 꽤 유능한 프리랜서로 세상에 설 수 있었다. 글쓰기 수업을 하는 틈틈이 디자인 일을 맡아 하는가 하면 작곡과 작사를 한다. 최근에는 동화책 주제곡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요즘은 동화 <서찰을 전하는 아이>의 주제곡을 한 곡 완성했다. “이상한 얘기지만 아이들 덕에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지 못했던 생각들, 어른이 된 뒤 생겨난 구태의연함을 아이들이 지적할 때 특히 그래요.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저는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돼가고 있습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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