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 퇴촌에 ‘베짱이’를 빼닮은 도서관장이 있다. 책만큼이나 노는 걸 좋아하는 관장님은 평일에도 느긋하게 도서관 자리를 지키는 법이 없다. 도서관 이용객은 혼자 책을 빌려갔다가 알아서 반납해야 한다. 도서관도 일주일씩 방학이 있다. 주말에는 내리 쉰다. 그러다가 ‘삘’ 받는 날에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밤에도 문을 연다. 그저 ‘재미’로 대출받아 차렸다가 벌써 5년째 도서관을 꾸려가고 있는 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의 관장 박소영씨(42) 얘기다.
![[주목! 이 사람]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의 관장 박소영씨 “자발적 후원자들에게 정말 감사”](https://img.khan.co.kr/newsmaker/1278/1278_8.jpg)
왜 ‘서재’와 ‘도서관’이 나란히 이름에 붙었을까. 박씨는 “우리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아니에요. 보통 남의 집 서재 들어가면 불편하잖아요. 그 정도 느낌의 공간이었으면 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열심히 돌아가는 도서관은 아니고 그저 좀 놀면서 하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재미로 시작한 도서관이 입소문이 나면서 제법 자리를 잡았다. 소장 장서도 벌써 7000권을 훌쩍 넘어섰다. 방문객 발길이 늘어날수록 박씨가 품을 들여야 할 일도 덩달아 많아졌다. 도서관 살림이 생각보다 고되지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멋대로 문을 닫을 순 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도서관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후원해주는 분들을 개미라고 불러요. 따로 모집한 것도 아니에요. 자발적으로 오며가며 후원 신청서 써주신 분들이에요. 평균 40명 정도 되는데. 정말 고맙고 감사하죠. 도서관은 그분들과 다같이 만들어가는 공간이에요.”
책읽는 베짱이에 들어오는 책의 기준은 따로 없다. 그야말로 박씨 마음대로다. 하지만 박씨가 특별히 편애하는 책들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들이다. 보통 책을 사는 데 쓰는 비용은 받은 후원금 가운데 10만원씩 책정한다. 새 책을 대량으로 구입하기엔 빠듯한 예산이지만 박씨는 적은 돈 덕분에 오히려 개미의 마음을 귀하게 여길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무리해서 지자체에 도서관으로 등록하고 지원을 바라지 않는 이유다.
도서관은 돈 버는 일은 아니지만 얻는 게 많다. 가장 큰 자산은 제발로 찾아오는 좋은 사람들이다. “대충 이런 거 좀 해보면 어떨까 운만 떼도 하나하나 다 도와줄 만한 분들이 주변에 생겼어요. 사람들이 원래 자신만이 가진 빛깔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 여러 빛깔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부딪히고 이런 모습들이 정말 좋습니다.”
박씨는 이제 지루한 일상을 견디며 도서관을 지키는 일이 가장 힘들면서도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씨가 지난해 4월 개미들에게 보낸 소식지 가운데 한 구절을 전한다. “오후가 되면 시끌벅적 도서관 문을 여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마구솟아오르는 힘을 어찌할 수 없어 하는 녀석들은 도서관 마당으로 내쫓아가며 보내는 일상. 언제나처럼 평온하면서도 시끄러운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요사이는 속에서 자꾸 울컥하는 것이 올라온다. 아무래도 4월이라 그런가보다. 이번달에 하는 낭독음악회 제목처럼 우리들 서로서로 많이 안아주는 달이 되기를.”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