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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교육감 선거 정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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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에 대한 인지도 떨어져… ‘깜깜이 선거’ 벗어날 방안 고민해야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다. 한국리서치가 KBS와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5월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교육감 지지후보를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한 의견이 41.9%나 됐다. 현직 교육감이 없는 인천교육감 지지후보 조사에서는 ‘모르겠다’는 응답이 54.4%였다. 반면 광역단체장 적합도에 대해서 ‘모르겠다’는 응답은 10%대에 그쳤다.(위 여론조사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 참조)

2016년 9월 서울 중구 그랜드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모인 교육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2016년 9월 서울 중구 그랜드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모인 교육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교육감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실시된 2007년부터 있었다. 특히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보수진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인 2014년 8월 14일, 한국교총은 교육감 직선제의 근거조항인 지방교육자치법 제43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교총은 선거 자체가 정치행위이기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는 필연적으로 정당 등 정치세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후보의 정당 표방 허용해야

하지만 이듬해 11월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교육감 선출과정에 주민의 직접 참여를 규정할 뿐 교총과 함께 헌법소원에 나선 학생, 학부모 등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헌재에서 결정이 난 이후로는 강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개선안에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안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인지 보수진영의 교육감 직선제 폐지 목소리는 수그러들었다. 대신 러닝메이트제를 통해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자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교육감 선거제도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59명의 후보자들은 총 543억원을 보전 받았다. 또한 지금의 교육감 후보는 정당과 연계가 없기 때문에 후보들이 난립하고 이념대결이 심해진다는 게 바른사회의 진단이다. 바른사회는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되,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선거운동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감이 광역단체장으로부터 독립성과 자주성을 유지하면서도 ‘깜깜이 선거’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교육감 후보의 정당 표방을 허용하는 것이다. 안철현 경성대 정외과 교수는 “정당이 교육감을 공천하거나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후보가 러닝메이트가 되면 지방교육이 정당에 종속될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후보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지 선언하는 방식은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당 표방제는 후보자가 현존 정당 중 자신의 지지정당을 발표하는 방식이다. 반면 정당은 해당 후보자와 자신의 정책노선이 어울리는지를 발표할 수 있을 뿐, 교육감 선거에는 일절 관여할 수 없다. 안 교수는 “교육감 후보자들이 이미 진보·보수를 표방하고 있다. 정당 표방이 허용된다면 후보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정책을 설명할 수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는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에서는 교육감 후보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방할 수 없다.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 46조 3항이 후보자가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안 교수는 “교육계에서는 정당과 교육감이 조금만 연계돼도 반대 목소리가 높은데 정당 표방제는 생각할 여지가 있다. 교육의 자주성·중립성·전문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유권자의 알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충분히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당이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감 선거에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직 장학사 ㄱ씨는 “교육감의 진보·보수 개념과 현실의 정당의 이념·정책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러닝메이트건 정당 표방이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교육감은 대체적으로 대학 입시에서 정시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중시하는데, 문재인 정부와 방향이 다르다. 박근혜 정부도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을 일부 받아들인 사례가 있고, 반대로 보수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에서 사립학교 개혁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기도 한다”며 “정당이 교육에 개입되면 정치권에서처럼 교육청끼리 연관된 정당에 따라 서로 대립하는 양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는 정당 관여 반대 입장

시·도 교육감협의회는 문재인 정부가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통합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1일 시·도 교육감협의회는 “교육감 선출방식을 재검토하여 교육을 일반행정에 통합하려는 시도는 교육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위원회에서 교육감·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제를 추진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지방자치분권 특별법 12조 2항에는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부 부처 사이에서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의견이 교환되고 있다”며 “외부에서는 뜬금없을 수도 있으나 5월 1일이 현직 교육감들이 선거에 나서기 전에 입장을 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감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확실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곽노현 징검다리 공동체 이사장(전 서울시교육감)은 유권자의 알 권리는 교육감 선출방식이 아니라, 교육감 후보들의 토론 활성화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이사장은 “교육감을 경험해보니 진보 교육감과 진보계열 정당의 지향이 비슷한 건 사실이지만, 정당과 연계가 없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정당과 교육감이 연결되면 결국 광역단체장 선거에 따라 교육감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교육정책이 토론의제로 올라올 기회가 줄어들고 묻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와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선관위가 교육감 후보에 대해서는 광역단체장보다도 방송토론 기회를 굉장히 많이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곽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교육감 선거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는 국회 청원을 내기도 했다. 같은 취지의 법안도 이미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해 2월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청소년단체 회원들과의 만남에서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만은 선거권을 만 16세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8월 4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같은 취지의 지방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서에서 “현행법에 따라 교육정책이나 학교 운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청소년 당사자들은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청소년도 국가의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존중 받을 권리가 있고, 선거 참여 경험은 청소년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곽 이사장은 “만 16세면 충분히 판단능력이 있는 나이다. 선거가 무엇인지에 대해 학교에서 직접 가르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교육감 선거권 연령 인하를 주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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