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 적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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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허침해 손해액 산정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허청은 특허법을 개정하여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주말에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 다녀왔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각종 부품, 드론, 로봇, 가상현실(VR) 등에 대한 연구가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전시회에 전시된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또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도 되고, 이 기술을 기반으로 또 어떤 새로운 기술이 발전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하여 법률은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이용을 도모하는 특허제도를 두고 있다. 특허법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발명이라 정의한다. 발명을 법률로 보호받으려는 사람은 보호받고자 하는 사항을 ‘청구범위’로 특정하여 특허출원서를 특허청에 제출하고, 특허청은 심사를 통하여 출원된 발명이 특허요건에 부합한다고 인정될 경우 발명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 한국기계연구원이 만든 각종 첨단 로봇이 전시돼 있다./한국기계연구원 제공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 한국기계연구원이 만든 각종 첨단 로봇이 전시돼 있다./한국기계연구원 제공

기술에 대한 강력한 보호무기 특허권

특허권자는 업으로서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 실시란 물건 발명의 경우 그 물건을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이고, 방법 발명의 경우 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허권자는 특허 청구범위에 대하여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갖는 것이고, 제3자는 ‘청구범위’에 해당하는 기술에 대하여는 자기 마음대로 실시할 수 없다. 제3자의 실시행위가 특허권의 ‘청구범위’에 속하는 경우 이를 침해라고 한다.

특허권자는 자기의 권리를 침해한 자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는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침해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그 밖에 침해 예방에 필요한 행위를 요청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허권을 침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을 구할 수 있다. 특허권은 기술에 대한 강력한 보호무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특허침해가 문제가 되더라도 법원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지적이 있다. 뉴스에서 접하는 미국 특허 침해소송의 경우 손해배상액이 1000억원이 넘는 경우가 여럿 있지만, 우리의 경우 이렇게 큰 손해배상액이 인정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열린 제20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는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GDP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미국의 6분의 1에 불과하여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과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특허침해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이므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특허권자는 이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민법상 불법행위를 주장할 때는 권리자가 침해행위로 인하여 어느 정도의 손해를 입었는지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이에 특허권자를 더 잘 보호하기 위하여 특허법에 특허권자의 손해액을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침해자의 판매량에 특허권자의 단위 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특허권자의 손해액으로 할 수도 있고, 침해자의 이익액을 손해액으로 할 수 있으며, 특허권자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실시료를 손해액으로 할 수도 있다.

이때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위 수량당 이익액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침해자의 이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이다. 이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었는데, 대법원은 침해가 없었다면 증가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제품의 단위당 매출액에서 그 증가되는 제품의 판매를 위하여 추가로 지출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단위당 비용, 즉 변동비용을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고 판시하였다. 실제 소송에서는 공제할 변동비용의 범위에 대하여도 통상 다투어진다.

증거에 입각한 손해액 산정의 어려움

침해자가 얻은 이익과 관련된 자료는 침해자가 가지고 있으므로 침해자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권리자는 입증할 방법을 강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최근 특허법이 개정되었다. 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고, 제출되어야 할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침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때에는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나아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이 손해액에 대한 권리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침해소송으로 인하여 원가 등에 대한 기업의 영업비밀이 무차별하게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자료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하되 제출 명령의 목적 내에서 열람할 수 있는 범위 또는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을 법원이 지정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위 규정이 요구하는 사실들을 증거로 충분히 입증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이에 특허법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고, 실제로 이 규정에 따라 손해액이 산정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규정을 적용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는 경우에도 법관이 자유재량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 가운데 증거로 제출된 자료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여러 요소들을 종합하여 산정이 되고 있다.

특허침해 소송은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만큼이나 증거에 입각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침해가 문제되는 특허기술로만 실제 판매되는 제품이 구성된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손해액을 산정하려면 해당 제품의 가치 중 침해가 문제된 특허기술의 비중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도 산정을 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핵심인 모뎀 칩을 예로 들면, 모뎀 칩이라는 부품이 거래되지만 그 속에는 음성과 데이터를 압축하고 송·수신하는 기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러를 보정하는 기술 등 수많은 특허가 숨어 있다. 이 중 일부 특허에 대한 침해가 발생했을 때 모뎀 칩 중 해당 특허의 가치가 얼마인지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근 특허침해 손해액 산정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허청은 특허법을 개정하여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자유 경쟁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특허권이라는 강력한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독점적 권리를 부여함으로 인하여 기술 개발에 대한 경쟁을 촉진하고 새로운 혁신을 낳는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손해배상 제도가 이러한 목적 달성에 이바지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유재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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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