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 폐지, 대학원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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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이어 일부 사립대도 수용… 대학원생들 상대적 박탈감

올해 가을학기에 대학원 신입생이 된 이모씨(29)는 지난 7월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놀랐다. 등록금 액수는 입학을 준비하면서 알고 있었지만, 신입생이라 입학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다. 입학금만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것도 불만이었지만, 이씨가 다닐 대학원이 전문대학원이어서 일반대학원보다 입학금이 10만원 넘게 비싼 것도 불만스러웠다. 게다가 실컷 등록금을 내고 나니 학부 입학금은 폐지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욱 돈이 아까워졌다. 이씨는 “입학금은 예상치 못하게 목돈이 나가는 거라 아무 준비가 안돼 있어서 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냈는데, 입학금 폐지에서 대학원은 제외된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일부 국·공립대선 대학원도 적용할 듯

전국의 국·공립대에 이어 일부 사립대도 대학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학금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인 사립대에서도 대학원 입학금은 폐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불만을 토로하는 대학원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공립대 41곳이 지난달 입학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8일에는 19곳의 사립대도 입학금 폐지 계획을 밝혔다. 단, 현재까지 폐지 혹은 대폭 축소가 확실시되고 있는 입학금은 대학 학부 입학금으로 한정된다. 국·공립대 중에서도 대학원 입학금을 폐지하겠다고 확실히 결정한 대학은 없다.

대학 입학금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7월 31일 군산대가 처음으로 입학금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전국의 국·공립대들에서 잇따라 입학금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사립대의 입학금도 폐지 수순을 밟을지 주목을 받았다. 당초 입학금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사립대들은 교육부가 재정지원이라는 당근과 국가장학금 제한 등의 채찍을 꺼내자 입학금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교육부 차원에서도 입학금 폐지를 대학원에도 적용시키는 데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공립대와 사립대에서 입학금 폐지는 대학까지만 합의된 상태이고, 대학원 입학금 폐지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청년참여연대· 반값등록금국민본부 회원들이 9월 8일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 앞에서 회의 참석자들을 향해 대학 입학금 폐지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년참여연대· 반값등록금국민본부 회원들이 9월 8일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 앞에서 회의 참석자들을 향해 대학 입학금 폐지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일부 국·공립대에서는 대학 학부 입학금 폐지와 함께 대학원 입학금도 폐지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한 지역 국립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학원 입학금도 똑같이 폐지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차차 논의를 하겠지만 대학 입학금이 징수 근거가 부족해서 폐지되는 마당에 대학원만 입학금을 받는 쪽으로 유지하가는 어려우니 적어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은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립대에서는 입학금 폐지가 명목상 자율적으로 결정된 것인 만큼 교육부의 강제 의지가 없으면 자발적으로 대학원 입학금을 폐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을 막론하고 등록금 외에 입학금을 추가로 받아온 데 대해서는 징수 기준이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나왔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는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는 내용이 있다. 상위법인 고등교육법에서는 수업료 외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다. 이들 조항이 그동안 대학에서 입학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 역할을 해왔지만, 등록금과 입학금을 내는 대학생 입장에서 볼 때 수업에 대한 대가인 등록금과는 달리 입학금은 용처를 짐작하기 어려운 납부금이었다. 대학마다 입학금 액수도 천차만별이지만 많게는 1학기 등록금의 30%에 육박하는 입학금을 받으면서도 산정기준이나 사용범위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입학금 산정기준·사용범위 공개 안 해

전국의 대학 입학금 총액은 전문대학까지 합하면 2015년 결산 기준 4093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대학원 입학금 총액은 895억원이다. 학부과정에 비해 대학원의 등록금이 높은 만큼 입학금도 대체로 높은 양상이다. 일반대학원을 기준으로 하면 고려대가 114만6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성균관대가 114만1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보다 등록금이 비싼 전문대학원으로 가면 입학금도 훌쩍 뛴다. 전문대학원 중 가장 입학금이 비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204만8000원,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이 180만원이었고, 비(非)로스쿨 전문대학원 중에서는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이 137만2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특히 대학원 입학금은 석사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진학해도 내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대학원생들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김선우 전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출신대학 소속 대학원으로 진학해도 입학금은 또 한 번 내야 하고, 또 석사에서 박사과정으로 올라가면 석사 입학 때보다 더 비싼 입학금이 필요하다”며 “심지어 입학 이후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되어 환불을 받을 때도 등록금은 반환되지만 입학금은 돌려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현재 한국의 대학교육 현실을 고려할 때 입학금 폐지는 사립대 일부만 동참할 것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대학원 입학금도 함께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구매력평가(PPP) 기준을 적용하면 등록금 수준이 2위일 정도로 등록금 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국가장학금제도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자금 대출자도 169만명이나 되는데 사립대총장협의회는 입학금 내린다는 핑계로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반값등록금’을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됐을 때도 결과적으로 대학 등록금은 일정 기간 동결 또는 인하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오히려 대학원 등록금은 같은 기간 동안 인상되는 등 유독 대학원생에 대해서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데 대해서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는 “든든학자금제에서도 대학원생은 포함되지 않는 문제를 비롯해, 대학 내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보수를 받는 대학원생들의 연구노동자 성격을 인정하고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과제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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