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12년 전 유행했던 화장품 회사의 광고 카피다. 하지만 실제 시중에 판매하는 화장품 성분들을 확인하면 현실과 다를 수 있다. 화장품 성분이 대부분 인공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처럼 먹을 수 있는 재료로 구성된 화장품은 없는 걸까. 뉴미디어 전문가인 서지희씨(46)는 “인공 화합물을 쓰지 않고, 시중에서 쉽게 구하고, 먹을 수 있는 좋은 재료들로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3년 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서울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인 정선혜씨(45)와 함께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천연화장품 레시피를 담은 책인 <먹을까 말까 피부의 마법>(경향신문사)을 7월 25일 출간했다.
이들은 평범한 ‘워킹맘’이다. 남들처럼 시중 화장품을 쓰면서 지내다가 화장독이 심해지면서 천연화장품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천연화장품도 쓰다 보니 피부에 일부 부작용이 생겨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인 두 사람은 이론을 공부했을 뿐만 아니라 집에 증류기·자력교반기·가열봉 등 각종 실험도구를 구입해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직접 개발한 천연화장품의 안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전문 실험연구소에 성분 검증을 받았다.

서지희(왼쪽) 뉴미디어 전문가, 정선혜(오른쪽) 서울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정씨와 서씨가 만든 천연화장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화장품 기준에 적합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서씨는 “평범한 워킹맘이지만 안전한 천연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며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들이 즐겨 마시는 녹차·루이보스·캐모마일 같은 차를 재료로 천연화장품을 만든다. 첨가물도 거의 없다. 만드는 과정은 3~11단계만 거치면 된다. 정씨는 “원래 레시피는 더 단순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면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늘린 거다. 나는 책에 서술된 것보다 더 간소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2016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길다.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복잡한 것보다 편한 것을 찾게 된다. 서씨는 “핸드메이드 천연화장품이 사서 쓰는 화장품보다는 편하지 않다. 그렇지만 핸드메이드 천연화장품은 ‘집밥’이라 생각한다. 집밥은 여러 모로 품이 많이 들지만, 사람들을 건강하게 살게 만들어 준다. 천연화장품도 집밥처럼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내가 믿고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씨와 정씨에 따르면 숙달만 된다면 화장품 하나 만드는 데 10분 정도 걸린다. 정씨는 “우리 책은 기존 화장품들을 비판하거나 우리 것이 좋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바람은 사람들이 핸드메이드 천연화장품을 더 편하게 즐기는 것이다.
<정상빈 인턴기자 literature09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