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내연녀가 만든 회사를 대리점으로 지정… 거액 수수료 몰아준 의혹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이 과거 내연관계에 있던 여성이 급조한 회사에 1억원대의 마사회 보험수수료를 편취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보험은 2015년 한국마사회가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체결한 9억5000만원대의 재산종합보험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임기 종료(12월 4일)를 앞둔 현 회장의 배임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주간경향>은 마사회가 2015년 현대해상화재보험과 맺은 재산종합보험 영수증을 입수했다. 마사회는 매년 3월 나라장터 공개입찰을 통해 보험사를 선정해 1년을 단위로 계약을 맺어왔다. 영수증에 따르면 마사회가 지난해 맺은 계약금액은 9억5794만464원.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이 11월 23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현대해상화재보험이 발행한 이 영수증에는 ㅍ사라는 대리점 명이 기재돼 있다. ㅍ사가 마사회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중계해 대리점 수수료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영수증에는 ㅍ사의 대표자 명 등은 게재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ㅍ사의 업체명을 검색해보면 이 회사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에 ㅇ씨가 만든 회사로, 2015년 2월 27일 등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즉 마사회의 2015년 계약을 바로 앞두고 만들어진 것이다.
ㅇ씨는 어떻게 마사회를 대리해 현대해상화재보험과 계약을 맺게 되었을까.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리점이 매개하는 경우 전체 액수의 10~12% 정도의 수수료가 대리점에 건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사나 보험사 관계 사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면서도 “대리점 지정은 계약에 현격한 기여를 한 경우이거나 통상적으로 오래 누적된 중계 관계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안 된 신생 대리점과 마사회와 같은 큰 규모의 고객이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무엇인가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고 되물었다.
의문의 보험대리점을 개설한 개인 ㅇ씨의 정체는 현명관 마사회 회장의 과거 내연녀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조사 결과 ㅇ씨는 현 회장이 재혼한 현 부인을 만나기 전인 1990년대에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삼성 사내 부하 여직원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ㅇ씨의 존재는 사실상 별거상태였던 현 회장의 전 부인 오모씨와 이혼 직전까지 가는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회장의 부적절한 사생활과 관련된 소문은 2010년 당시 제주도지사 선거를 앞두고도 수면 위로 올라온 적이 있었다.
김 의원이 확보한 자료와 증언에 따르면 ㅇ씨가 1억2000여만원을 수취하게 된 내역은 다음과 같다. 2014년 4월 ㅇ씨가 회장실로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했으며, 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인사경영처에서는 재산종합보험 대리점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했으며, ㅇ씨의 아들은 마사회를 찾아와 재산종합보험 낙찰방안을 협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주간경향>은 ㅇ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휴대폰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마사회 측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해결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경영처 관계자들은 전화를 안 받거나 “홍보실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청경실에 문의해본 결과 ㅇ씨가 찾아왔다는 2014년 4월에 회장실 방문 기록은 없다”며 “현재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계약서류 상에는 ㅇ씨와 맺은 계약 내용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해당 첩보가 접수됨에 따라 마사회에 대한 감사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