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전자파3-고압송전선로 주변에 살면 암 발병률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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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1년 6월 프랑스 리옹에서 개최한 전문가 회의에서 고압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 자기계를 잠재적으로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집 가까이로 34만6000V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고압선이 지나가고 송전탑이 건설된다고 합니다. 언론에서 듣기로 전자파로 인해 암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전력회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환경단체에 문의해 오는 여러 가지 환경오염 민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전자파 공해다. 특히 고압송전탑이 건설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주로 아파트 옥상에 건설되는 휴대폰 기지국의 주민 건강 영향 여부에 대한 문의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1년 6월 프랑스 리옹에서 개최한 전문가 회의에서 고압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 자기계(Extremely Low-Frequency Magnetic Fields)를 잠재적으로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2002, IARC Monograph Volume 80) 세계보건기구의 발암물질 분류체계에 따르면 이는 그룹2B로, ‘가능한 발암성’이다. 그룹2B라는 분류는 ‘인체에 발암성이라는 제한된 증거가 발견되었고,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 해당한다. 고압송전선로 전자파의 발암성 결정 배경에는 소아백혈병에 대한 기존의 역학연구조사들이 과학적 증거로 사용되었다.

거의 모든 암 종류에서 고압송전선로 가까이 사는 주민에게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광역시 강화도의 한 마을을 지나는 고압송전선로./환경보건시민센터

거의 모든 암 종류에서 고압송전선로 가까이 사는 주민에게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광역시 강화도의 한 마을을 지나는 고압송전선로./환경보건시민센터

국민 83.6%, 전자파의 인체 영향에 우려

고압송전선로 전자파 노출과 소아백혈병의 관련성은 1979년에 첫 보고된 이후 지속적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기존 연구들을 모아서 종합평가한 최근 보고서 2개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었다. 하나는 9개의 잘 연구된 보고를 종합한 것이다. 4mG(밀리가우스) 기준으로 그 이하 노출에서는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았지만 그 이상 노출에서는 위험도가 2배 초과했다. 15개의 연구를 종합한 다른 하나는 3mG 이상 노출 시 상대위험도가 1.7배 증가한다고 평가되었다. 이들 2개의 종합보고서는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고압송전선로 전자파 노출과 암 발병과 관련해 소아의 뇌암과 다른 부위의 암에 대한 연구들에서는 일관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대개 연구 규모가 작거나 연구의 질이 낮았다. 성인에 대한 연구에서는 일반 거주민의 경우 건강 영향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평균 이상의 직업적 노출의 경우 백혈병, 뇌암, 남성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동물실험에서는 4개의 장기노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1개 연구에서만 갑상선 C 세포종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개 연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압송전선로에서 발생되는 극저주파 전자기계는 전기계와 자기계로 구분되는데, 암을 일으키는 부분은 자기계이며 전기계는 발암 관련성 정보가 없는 경우의 분류인 그룹3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정전기(static)의 전기계와 자기계 역시 그룹3으로 분류되었다.

서두에 소개한 예처럼 시민들은 전자파 문제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고 우려하는 편이다. 전자파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6년 한국전자파학회 조사에서 83.6%의 국민이 전자파의 인체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시민환경연구소가 서울과 인천 각각 1곳씩 주거지역과 초등학교 인근으로 고압송전선로가 지나는 곳을 대상으로 가구단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72%가 고압송전선로의 건강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2009년 환경부가 서울지역의 변압시설 주변과 그외 지역의 지역주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5%가 전자파가 해롭다고 답했고, 2%는 해롭지 않다, 2.9%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같은 환경부 설문에서 21개의 위해물질 위해수준에 대한 5점 척도 인식도 조사에서는 환경호르몬, 다이옥신, 중금속 순으로 가장 위험한 물질로 인식했고, 전자파는 10위였다.

그렇다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수준의 전자파에 노출되고 있는 사람들, 즉 ‘전자파 위험인구’는 얼마나 될까? 한국전기연구소가 2005년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WHO의 전자파 발암 가능성 결정 배경인 4mG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된 사람들은 대한민국 인구 전체의 4%인 약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2007년 환경부 조사를 보면 전체 인구의 6.07%인 약 286만명이 24시간 평균 4mG 이상의 자기장에 노출되고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환경부가 2009년에 표준인구 350명의 24시간 평균 개인 노출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는 이랬다. 2005년의 인구센서스 기준으로 역학연구에서 노출군과 비노출군의 기준으로 많이 사용하는 2mG 이상 전자파에 노출된 전자파 위험인구 추산치는 전체 인구의 11.85%(95% 신뢰구간)로, 530만~580만명이다. 4mG 이상 전자파에 노출된 전자파 위험인구 추산치는 5.49%(95% 신뢰구간)로, 220만~280만명이다. 12mG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된 위험인구도 1.73%(95% 신뢰구간)인 51만~12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자파에 노출된 국민 200만명으로 추산

전국의 고압송전선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암 발병 위험은 어떻게 될까? 정부(지식경제부)는 고압송전선로에 노출된 67개 지역을 대상으로 고압송전선로에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주민들 간의 암 발병의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맡겼다. 2013년 8월 그 결과가 ‘154/345㎸ 송전선로 주변지역의 암 유병 양상 생태학적 역학조사 연구’라는 이름의 보고서로 나왔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암종에서 남녀 모두 고압송전선로 가까이에 사는 주민들에게서 암 발병이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보고서는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전체적으로 고압송전선로에 노출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남녀 모두 모든 부위 암 발병 상대위험도가 증가한 곳이 많았다. 이를 연령, 인구밀도 및 교육수준 등을 보정한 결과 전 연령대의 상대위험도는 남자 1.26배, 여자 1.18배로 추정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증가는 아니었다. 세부 연령대로 보면 남자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연령군은 없었지만 여자의 경우 50~69세군에서 유의한 증가(1.19)가 있었다.”

보고서는 모든 암종에서 고압송전선로 가까이 사는 주민들에게서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지만 통계적 연관성이 낮고 환경문제이므로 남성보다 여성이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과 일부 연령대에서만 증가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모든 부위 암 발병 위험도와 송전선로 자기장 노출의 관련성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이 보고서를 접한 다른 연구자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하미나 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결과표와 그림만으로도 생태학적 연구의 결과, 노출지역의 암 발생 위험의 증가가 시사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백도명 교수는 “거의 모든 암에서 조사지역 발병률이 대조지역 발병률보다 높았다. 그것도 송전탑이 세워진 지 15년 이상이 된 지역, 그리고 조사된 지역에서 실제 송전탑 가까이 있는 근접가구의 비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대부분 유의하게 높았다. … 이상하게도 연구자들은 그 결과를 기술하는 데 있어 거꾸로 기술하고 있다”고 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 과학자들 간의 논쟁의 문제라고 여겨지는가? 그렇지 않다. 그림은 고압송전선로 가까이에 사는 주민과 멀리 사는 주민 간의 모든 암종에서의 발병률 비율을 보여준다. 1보다 크면 고압송전선로 가까이 사는 경우의 암 발병이 높고, 1이면 같고, 1보다 작으면 고압송전선로에서 멀리 사는 경우의 암 발병이 높은 것이다. 그림은 67개 지역 중에서 25%인 17개 지역만이 1과 같거나 작다. 75%인 60개 지역은 1보다 크다. 그림에 대한 필자의 해석은 이렇다. 전자파 발생원을 통제하고 전자파 노출 위험인구를 줄이기 위한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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